이달말까지 선정해 실태조사 착수
공정거래위원회가 대리점 표준계약서 보급을 위한 업종 선정 작업을 시작했다. 대리점 표준계약서는 대기업 등 제조사가 대리점에 부당한 계약해지 등 불공정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정한 계약서로 현재 제약 등 6개 업종에 도입됐다. 공정위는 주류, 의료기기 등 불공정행위가 많은 6개 업종을 추가로 선정해 하반기에 표준계약서를 도입할 방침이다.
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공정위 유통정책관실은 올해 3000만원의 관련 예산을 배정받아 새로 표준계약서를 도입할 6개 업종 선정 작업을 시작했다. 공정위는 이달 말까지 6개 업종 선정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업종이 선정되면 전문조사 기관과 함께 각 업종에 대한 실태조사를 진행한다. 실태조사는 표준계약서를 만들기 전에 대리점 영업행태와 거래방식 중 어떤 불공정행위가 있고 어떤 규정을 표준계약서에 담아야 이런 불공정행위를 제한할 수 있는지를 분석하는 과정이다. 공정위 조사관들이 동원되고 외부 전문 조사기관이 홈페이지, 애플리케이션(앱) 등을 만들어 온라인 조사도 진행한다. 전국 대리점에 대한 현장 조사도 실시된다. 실태조사는 4개월 가량이 걸린다.
실태조사를 토대로 작성된 표준계약서에는 대리점과 본사의 계약기간과 계약해지 조건, 반품 조건 등 대리점에 대한 불공정 거래 행위를 규제하는 내용과 각 업종별 특성을 반영한 세부 계약조건이 담긴다. 제품을 강매하거나 경제적 이익을 요구하는 행위, 1년 등 단기간에 본사 마음대로 대리점 계약을 해지하는 행위 등이 표준계약서를 통해 엄격히 금지된다.
아직 표준계약서를 도입할 6개 업종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정부가 표준계약서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업종은 주류와 의료기기 판매 업종이다. 이런 업종에서 불공정행위가 비교적 많다는 판단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주류나 의료기기는 판매 경쟁이 치열하고 본사가 대리점에 부당한 요구를 하는 경우가 많은 업종이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표준계약서가 보급될 필요성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공정위는 이미 지난 2013년 전통주 판매회사인 국순당이 대리점에 판매목표를 할당하고 강제한 행위를 적발했다. 당시 공정위는 국순당에 과징금 1억원을 부과(공정위 의결 제2013-098호)했다.
또 국순당과 형제기업인 배상면주가 대리점주가 본사의 제품 강매 등을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인천 부평동 대리점, 2013년 5월)도 있었다. 사회적 문제가 되자 공정위가 뒤늦게 조사한 결과 배상면주가는 2010년 2월부터 2012년 3월까지 전국 전속 도매점(대리점) 74개에 27억4400만원어치의 생막걸리 구입을 강제한 사실이 드러났다.
공정위는 당시 이 회사가 적자상태인 점, 잘못을 시인하고 공정위 조사에 협조한 점을 감안해 과징금을 축소해줬다. 의료기기 판매업종도 대형 의료기기제조업체들이 대리점에 판매목표를 정하고 구입물량을 강제하는 등 고질적인 불공정행위가 많은 분야다.
표준 계약서는 빠르면 9월부터 순차적으로 도입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실태조사가 마무리되고 그 동안의 업종별 민원이나 대리점과 본사의 분쟁 등을 파악해서 반영한 후 하반기에 집중적으로 표준계약서를 도입할 계획"이라며 "9~10월에 3개 업종에 대한 표준계약서를 도입하고 연말쯤 3개 업종을 추가로 하는 방식 등으로 업종별로 순차적으로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