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에 대한 우려로 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JEDEC)가 다음달 제주도에서 개최하기로 했던 정기총회를 취소했다. JEDEC은 이번 회의에서 차세대 D램 표준인 DDR5 최종 규정을 논의할 계획이었다. 신종 코로나 여파로 미래 반도체 규격 제정이 늦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SK하이닉스가 개발한 2세대 10나노급(1y) DDR5 D램.

6일 업계에 따르면 JEDEC은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새너제이 삼성전자 미주법인 본사에서 이사회를 열고, 올해 3월 2~5일 제주 신화월드에서 개최할 예정이던 정기회의를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복수의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JEDEC이 회원사들에게 회의 취소를 알렸다"고 전했다. JEDEC 회장사는 삼성전자이며, 이사회에는 주요 반도체 업체들이 들어가 있다.

회의가 취소된 배경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있다. 제주도는 중국인 방문이 많은 지역이다. 지난해 제주도를 찾은 외국인은 총 172만6132명으로, 이 중 62.5%인 107만9133명이 중국인이었다.

JEDEC은 매월 회의를 열지만, D램 등에 대해 논의하는 건 분기에 한번뿐이다. JEDEC은 제주에서 '솔리드스테이트메모리'를 다루는 JC-42 규정을 통해 DDR5 최종 표준을 논의할 계획이었다.

DDR5는 현 세대인 DDR4를 잇는 차세대 규격이다. DDR5는 DDR4보다 대역폭(Bandwidth)과 집적도(Density)가 최대 2배 높고, 소비전력이 적다. DDR4 규격에 따른 최대 데이터 전송 속도는 3200MT/s로, 지난해 DDR4 기술은 완성단계에 접어들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주요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들은 3200MT/s급 DDR4 D램을 이미 양산해 납품하고 있다.

DDR4가 한계에 다다르자 다음 세대인 DDR5 규격 제정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 주요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은 DDR5 개발을 끝내고 양산 준비에 나서고 있다. 문제는 JEDEC 표준의 완성이다. JEDEC 최종 표준 확정이 늦어지면서 DDR5를 지원하는 CPU(중앙처리장치)·메인보드 등의 발매가 늦어지고 있다. 새로운 규격의 D램을 사용하기 위해선 CPU, 메인보드 등 컴퓨터 부품들이 지원을 해야 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지난 1월 메모리 가격이 상승세로 전환됐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여파로 이번달 가격 전망은 밝지 않다"며 "표준 제정을 비롯해 산업 전반에 비즈니스 미팅이 취소돼 시황 개선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