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에만 새 아파트 1만9134가구가 쏟아진다. 한달 만에 미니신도시급 물량이 나오는 것인데, 내집 마련을 노리는 실수요자들에게 단비 같은 소식이다. 하지만 서울과 수도권, 지방광역시에서 이른바 ‘로또청약’이 이어지면서 잠잠해지던 부동산 시장에 불을 붙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공급과잉 상태인 일부 지방의 경우 미분양만 늘어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6일 직방에 따르면 2월 전국에 공급되는 주요아파트 물량은 전년 동기의 2배 가량인 1만9134가구다. 임대아파트와 30가구 이하 소규모 공급 물량은 이번 집계에서 빠졌다.

이달 공급 물량이 크게 늘어난 것은 작년 정부가 발표한 12·16 대책과 올해 1월 금융결제원에서 한국감정원으로 청약업무가 이관한 영향을 받은 결과다. 지난해 연말과 1월 밀린 분양 물량이 함께 시장에 나온 것이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마곡지구에 빌딩과 아파트가 들어차고 있다. 마곡은 다른 신도시와 달리 서울시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단독으로 개발했다. 366만5783㎡ 중 산업 단지가 20%, 주거 단지가 29%, 업무·상업 단지가 32%, 공원 복합 단지가 19%다.

청약 결과는 양극화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서울 마곡, 경기도 과천과 하남 위례 등에서는 청약 경쟁 과열 주의보가 켜졌다. 서울과 수도권에 내집 마련을 원하는 대기 수요가 워낙 많아서다.

서울에서는 강서구 마곡동 마곡지구9단지 한 곳이 분양한다. 1529가구 중 일반분양 물량은 962가구다. 이곳은 아직 분양가가 나오지 않았으나, 이미 ‘로또 분양’이라는 얘기가 공공연하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돼 분양가가 주변 시세의 70~80% 수준으로 책정되기 때문이다. 지역 부동산 업계에서는 마곡9단지 분양가를 3.3㎡당 2500만원 전후로 예측하고 있다. 인근 엠벨리7단지 시세가 3.3㎡당 3000만원 정도인 점을 감안해서다. 억대의 시세 차익이 기대되는 셈이다.

경기도에서도 서울 못지않은 열기가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달에만 경기도에 7개단지 6559가구로 전국에서 가장 많은 공급이 이뤄진다. 이 중 과천시 '과천제이드자이(분양 647가구)', 수원시 ‘매교역푸르지오SKVIEW(1795가구)', 하남시 '위례신도시중흥S클래스(475가구)' 등 3개 단지에 청약통장이 특히 많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지역의 부동산 시장 상황을 보면 작년 11월말 기준 수원시 미분양은 2가구, 하남시는 20가구 등으로 미분양 물량도 거의 없다. 지난 4일 수원의 재개발 아파트인 '힐스테이트 푸르지오 수원'의 무순위 청약에 수많은 청약자가 1만7965명이 몰려 평균 161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인천, 부산, 대구, 광주 등 지방광역시에서도 분양은 순조로울 전망이다. 부산 해운대구, 남구에 총 2개 아파트단지, 대구 중구에 2개 단지, 광주 1개 단지가 분양될 예정이다.

작년만 해도 미분양에 몸살을 앓던 인천의 경우 규제 밖 풍선효과와 GTXB 노선 교통호재 효과를 볼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이달 분양하는 ‘힐스테이트송도더스카이(1205가구)’의 경우 송도국제도시에 위치해 전매제한 기간이 6개월로 상대적으로 길지 않은데다 인천도 인천 송도에서 남양주 마석까지 잇는 ‘GTX-B노선’ 수혜 지역 기대가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부산의 경우 작년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된 지역을 중심으로 전반적인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최근 미분양 소화 속도가 빨라져 분양 시장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부산 미분양주택은 2115가구, 부동산 조정지역 해제 이전인 지난해 10월 말 4380가구와 비교하면 절반으로 감소했다.

대구와 광주 역시 분양은 무난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반면 거래가 더디고 지역경기가 다소 침체된 충청과 제주, 강원 등에서는 청약 성적이 저조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다.

충청권의 미분양 물량은 작년 12월 기준 7965가구다. 올해 안에 대전 1만1580가구, 충남 1만7653가구, 충북 6860가구가 공급될 예정인데, 충청권 내 인기지역인 대전 외에는 공급 과잉에 따른 급체 현상을 보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강원 지역은 공급과다로 지난해 미분양(5945가구)이 10년만에 최대치를 기록하며 아파트값 하락을 겪고 있고, 제주는 미분양 물량은 1072가구 수준이나, 외지인 유입이 시들해지면서 지역 부동산 경기가 침체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작년 12·16대책 이후 규제 밖 지방 광역시에 분양 성적이 좋아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다만 충청과 제주는 공급과잉 시그널이 있는 지역이고, 강원은 주택 가격이 하락세라 청약 결과가 저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 시점보다 분양 후 2~3년 뒤 지역의 수급 상황 및 부동산 경기가 관건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장기적으로 지방 인구 유출이 이어지는데 공급이 쏟아지면서 주변 아파트 매매가와 전세가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지 않고 ‘보합’상태인 지역에 공급 물량이 몰릴 경우 향후 전세가격 하락 등의 우려가 나타날 수 있다"면서 "분양시점보다 입주 시점 공급량과 지역 경기 상황에 따라 전세금·매매가 하락 위험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1월 30일 조사기준 2월 분양 예정 주요 아파트. 단, 공급자사정 등에 따라 변경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