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입은행이 직무급제 도입을 노조와 협의해 추진한다. 수출입은행을 비롯한 금융공기업들은 경직적인 임금 체계로 인해 생산성 저하, 인건비 부담 등의 문제점을 갖고 있다. 방문규 수출입은행장은 직무급제와 특별명예퇴직제도를 그 해결 방안으로 제시했다. 6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 방문규 행장은 행시 28회 출신으로 기획재정부 예산실장, 제2차관, 보건복지부 차관을 지냈다.
방문규 수출입은행장은 지난 3일 본지와 인터뷰에서 "최근 직무급제를 도입한 기관이 어느 수준에서 제도를 도입했는지 스터디하고 있다"며 "공공기관 입장에서 직무급제 도입이 확산되는 것을 구경만 하고 있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운을 뗐다. 코트라에 이어 한국수력원자력 등 대형 공공기관들이 잇따라 직무급제 도입을 선언한 것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최근 연공서열보다 본인이 하는 일에 따라 임금을 지급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방 행장은 "기본적으로 직무 난이도에 따라 급여 체계를 운영해야 한다는 방향성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다만 직원들이 충분히 안심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노조와도 대화를 통해 해결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수은 등 금융공기업은 고령층이 늘어나면서 인력 운용에 애를 먹고 있다. 수은의 임금피크 인력은 2018년 전체 직원 중 3.8%였지만 2022년엔 6.7%까지 늘어난다. 산업은행은 같은 기간 6.7%에서 16.9%, 기술보증기금도 9.5%에서 14%로 대폭 늘어난다.
임금피크 인력 확대는 신규 인력 채용에 걸림돌이 된다. 공공기관 정원이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수은은 정년까지 남아 있는 기간에 받게 될 인건비의 45%를 지급하는 명예퇴직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제도가 시행된 지 20년이 넘었음에도 현재까지 신청자가 한 명도 없었다.
방문규 행장은 "명예퇴직제도를 유명무실하게 운영하기보다 정년까지 남은 기간 인건비의 최대 100%까지 보상하는 특별명예퇴직제도를 도입하면 퇴직한 직원 수만큼 신규 인력을 채용할 여력이 생긴다"며 "관계 기관과 긴밀히 협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주무 부처인 기재부는 예산 부담이 큰 이런 방안에 난색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수출입은행은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피해를 본 수출 기업에 대한 지원책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방 행장은 "수은 고객 기업 중 중국에 진출한 기업은 500여 곳"이라며 "이 기업들에 총 4조5000억원 규모 대출 잔액이 있는데 피해 기업들의 수요에 맞춘 금융 지원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방 행장은 이어 "만기 도래 기업에 만기 연장을 해주거나 현지 애로 기업에 신규 금융 지원을 해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수은은 우리 기업의 혁신 역량 강화와 소재·부품·장비 산업 지원 등을 위해 올해 28조50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작년보다 1조7000억원 확대된 규모다. 특히 중견·중소기업에 대해선 지원 규모를 27조원에서 28조원으로 늘리고, 대상 기업도 4600개에서 5200개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방 행장은 "수출 실적이 없어도 첫 수출 계약을 따낸 기업을 위한 수출 초기기업 정책금융 지원 규모도 작년 200억원에서 올해 500억원으로 늘렸다"며 "이 외에도 기술력이 있어서 해외 진출 가능성이 큰 기업을 발굴해 지원하는 제도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과 은성수 금융위원장 등 전임 수출입은행장들이 잇따라 금융위원장으로 직행했다. 방 행장이 임명되기 전에 수출입은행장 자리가 주목받은 이유다. 이에 대해 방 행장은 "원래 잘하는 사람 뒤에 가는 게 아닌데, 부담도 크고 책임감도 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