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노후 대비를 중시하는 투자자가 몰리면서 국내 TDF(타깃 데이트 펀드·target date fund) 순자산이 3조원을 넘어섰다. TDF는 투자자의 예상 은퇴 시기를 '타깃 데이트(목표 시점)'로 삼아 해당 시점에 자산 가치가 최대한 불어날 수 있도록 자산 운용사가 알아서 돈을 굴려주는 펀드다. 투자자가 별도의 운용 지시를 내리지 않아도 국내외 주식은 물론이고 채권, 예금, 부동산 등 다양한 자산에 분산 투자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한번 가입하면 투자자 연령에 맞춰 자동으로 투자 포트폴리오가 조정되기 때문에 투자자가 고민할 필요가 없어 인기가 높다.

3년 만에 40배 성장한 TDF 시장

4일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017년 1월 774억원에 불과했던 TDF 순자산 규모는 이날 기준 3조2292억원으로 불어났다. 3년 만에 TDF 시장 규모가 40배 넘게 큰 것이다. 올 들어서도 벌써 1667억원이 TDF에 유입됐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1조8228억원이 빠져나간 것과 대조적이다. 저금리 기조 장기화로 마땅한 노후 대비 자산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는 투자자들에게 TDF가 매력적 대안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국내에서는 자산 운용사 10곳이 TDF를 82개 운용하고 있다. TDF는 은퇴 시점에 따라 5년 단위로 상품이 출시돼 있고, 펀드명에 2035, 2040, 2045 등 목표 연도가 표시돼 있다. 운용사는 고객이 은퇴할 예정인 목표 시점을 염두에 두고 자산 비율을 조정한다. 예를 들어 2045년에 은퇴 예정이라면 'TDF 2045'에 가입하면 된다. 은퇴 시점이 가까울수록 채권 등 안전 자산 편입 비율이 높고, 은퇴 시점이 많이 남아있을 경우 주식 등 위험 자산 투자 비율이 높은 게 특징이다.

TDF 평균 수익률 11%… 해외 분산 투자 덕분

TDF 시장이 빠르게 커진 이유 중 하나는 공모펀드 시장 침체 속에서도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다는 점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TDF 82개(설정액 10억원 이상)의 최근 1년 수익률은 11.06%에 이른다. 국내 주식형 펀드(-2.32%)나 국내 채권형 펀드(2.54%)에 비하면 훨씬 높은 수익률을 냈다.

지난해 국내 경기 둔화와 미·중 무역 분쟁에 따른 외부 환경 악화로 국내 증시가 지지부진했는데도 TDF가 비교적 우수한 성과를 거둔 것은 해외 분산 투자 전략 덕분이다. TDF 상품 대부분이 미국·유럽·일본 등 해외 주식 및 채권에 골고루 분산해 투자하는 운용 전략을 쓰고 있다. 외국의 다른 펀드를 통해 간접투자하는 경우도 많다. 류경식 미래에셋자산운용 연금마케팅부문장은 "TDF가 국내에 등장한 지 3년이 넘으면서 글로벌 자산 배분을 통해 어느 정도 안정적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이 검증돼 투자자들의 자산이 몰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현재 TDF 가운데 가장 인기 있는 상품은 목표 은퇴 시기가 2045년인 TDF2045다.

운용 전략·수수료 잘 따져봐야

같은 해를 목표 시점으로 하는 TDF라도 자산 운용사별로 전략이 다르기 때문에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김형우 한화자산운용 마케팅본부 파트장은 "껍데기는 똑같은 TDF이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위험 자산과 안전 자산의 비율 등 운용 전략에 차이가 크다"며 "최근 운용 성과와 함께 운용 전략도 잘 살펴 자신의 투자 성향과 상황에 맞는 펀드를 선택해야 한다"고 했다.

장기 투자 상품인 만큼 수수료도 잘 따져봐야 한다. TDF 운용사가 받는 표면적 수수료는 대부분 1% 안팎이지만 실제 운용 보수는 이보다 클 수 있다. 투자금을 받아 외국 펀드에 투자하는 과정에서 수수료가 더 들어가기 때문이다.

세금을 아끼려면 연금저축이나 IRP(개인형퇴직연금) 계좌를 통해 TDF에 가입하는 것이 유리하다. 연금저축·IRP를 합산해 연간 700만원까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TDF(타깃 데이트 펀드 target date fund)

투자자의 은퇴 시점을 '타깃 데이트(목표 시점)'로 정해놓고 은퇴 시기에 자산을 최대로 불릴 수 있도록 자산 운용사가 알아서 돈을 굴려주는 펀드. 정해놓은 자산 배분 프로그램에 따라 자동으로 투자하기 때문에 투자자가 포트폴리오를 고민할 필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