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차세대 수퍼컴퓨터와 인공지능(AI) 기기용 메모리 반도체 시장 선점에 나섰다. 1초에 5기가바이트(GB) 용량의 풀 HD 화질 영화 82편을 전달할 수 있는 초고속 D램 반도체를 세계 최초로 선보인 것이다.

삼성전자는 4일 차세대 수퍼컴퓨터와 AI 기반 초고속 데이터 분석에 활용할 수 있는 초고속 D램 메모리 반도체 '플래시볼트'를 세계 최초로 출시했다고 밝혔다. 이 반도체는 일반 D램에 비해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린 고대역폭 메모리(HBM2E)다. 16GB 용량으로, 기존 제품보다 속도는 33% 빨라졌다. 용량은 2배로 늘었다. 삼성전자는 2018년 업계 최초로 2세대 8GB 고대역폭 메모리 '아쿠아볼트'를 출시한 데 이어 2년 만에 성능을 대폭 향상시킨 것이다. 삼성전자는 수많은 데이터를 가공해 부가가치를 만드는 AI·빅데이터 등 차세대 기술 분야에서 타사가 따라올 수 없는 제품을 만들겠다는 '초격차 유지'를 목표로 하고 있다.

플래시볼트는 2GB(16기가비트) D램 칩 8개를 수직으로 쌓아 업계 최대인 16GB 용량을 구현했다. 이 반도체에는 직경이 머리카락 굵기의 20분의 1 수준(마이크로미터)인 미세 구멍이 5600개 넘게 뚫려 있다. 이 구멍을 통해 데이터와 전기 신호 등이 수직으로 연결된 8개의 칩 사이를 마치 고속 엘리베이터에 탄 듯이 빠르게 이동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데이터와 전기 신호가 빠르게 오가는 고속 엘리베이터가 5600개 이상 있는 셈"이라며 "이 기술은 칩들을 서로 밖에서 연결하는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데이터 처리가 가능하도록 한다"고 했다.

플래시볼트는 '신호전송 최적화 회로 설계'를 적용했다. 초당 410GB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다. 이는 2년 전 출시한 2세대 제품(초당 307GB 전송)보다 개선된 것으로, 1초에 5GB 크기인 풀 HD 화질 영화 82편을 전송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이 제품을 올해 양산하고, 고객사들과 차세대 수퍼컴퓨터와 고성능 AI 분석 시스템 개발 협력 등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구글과 엔비디아 등 주요 IT 기업을 고객사로 이미 확보해 플래시볼트를 공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철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실 부사장은 "역대 최고 성능의 차세대 D램 패키지 출시로 빠르게 성장하는 프리미엄 시장에서 사업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삼성전자가 AI 기기에 활용할 수 있는 초고속 D램을 다시 한 번 내놓은 이유는 AI 기기에 쓸 수 있는 고성능 반도체 수요가 급속도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대부분 전자 기기에는 AI 기능이 기본 탑재되고 있다. 이에 따라 AI 가전의 '두뇌'인 NPU(신경망처리장치) 반도체와 그 기능을 지원하는 초고속·초용량·초절전 메모리 반도체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작년 428억달러였던 전 세계 AI 기기용 반도체 시장은 2025년 1289억달러(약 153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