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폐렴' 확산 공포에도 취소 없이 진행된 바이오협회 신년회
신종 코로나, 호흡기 외에 물·음식 통한 감염 가능성 등 논의
韓 바이오 기업에 "신종 코로나 판별 키트 만들자" 독려하기도

"마스크 쓰기보다 음식, 컵 같이 쓰는 것 더 조심해야해요. 우한 폐렴은 공기 말고 물·음식을 통한 전염 가능성을 의심해 봐야합니다. "

지난달 31일 오후 5시 서울 강남쉐라톤호텔 연회장에서 ‘2020년 바이오산업계 신년인사회’가 개최됐다. ‘우한 폐렴’으로 불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국내에서도 빠른 속도로 늘면서 각계각층의 행사는 취소되고 있다. 그러나 이날 신년회 현장은 한달 전 예정한 일정대로 진행됐으며 바이오업계 관계자 100여명이 참석해 빈자리를 보기 힘들었다.

한국바이오협회는 지난 달 31일 '2020 경자년 바이오산업계 신년인사회'를 개최하고 업계 관계자 1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진단 등에 대한 토론을 했다.

단상에 오른 임종윤 한국바이오협회 이사장은 "코로나 바이러스는 오래된 바이러스인데, 변형이 되고 있어서 백신이 맞지 않는 상황"이라며 "아예 뿌리 뽑는 치료제를 개발해야하는데 바이러스에 대한 논의가 우선이다. ‘K-바이오가 같이 힘을 모아서 한번 싸워보자’ 이런 말씀 드리고 싶어서 이번 논의의 장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행사가 취소되지 않았던 이유였다.

이날 신년회 현장에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토론이 뜨겁게 이어졌다. 바이오 기업 대표들은 각자가 생각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진단 및 치료법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한 바이오기업 대표는 "정부는 마스크 쓰는 것을 강조하기보다 음식이나 물, 식기를 조심해야한다고 알릴 필요가 있다"며 "컵 또는 식기 등 감염 매개가 될 수 있는 물품은 공동으로 사용하지 않는 등 주의가 더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임종윤 이사장은 이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해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바이러스와 85% 이상 흡사하다고 진단하고, 호흡기를 통한 감염보다 물, 음식 등을 통한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임 이사장은 "우한 폐렴은 감염자를 대면할 때 호흡기를 통해 전파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사실 음식·식사 등 위장관을 통해 감염될 가능성이 있다"며 "바이러스 자체가 노로바이러스와도 유사성이 짙다"고 말했다. 학계에서 공기 중 전파 가능성을 언급했으나, 오히려 음식이나 물에 침투해 전염을 일으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달 31일 한국바이오협회가 주최한 '2020 경자년 바이오산업계 신년인사회'에서 참석자들이 떡케익을 자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리보핵산(RNA)으로 구성돼 백신·치료제 개발이 어렵다. RNA 바이러스는 체내에 침투한 뒤 바이러스를 늘리기 위해 유전정보를 복제하는 과정에서 돌연변이가 잘 일어난다. 백신·치료제 개발이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변이가 심해 효력이 오래 못 간다.

이날 바이오업계 대표들 중에선 체내의 면역력을 높이면, 바이러스가 활개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었다. 박영철 바이오리더스 회장은 "변종으로 인해 백신이 소용없는 상태라면, 반대로 사람 몸의 면역을 높여서 바이러스가 활개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것도 방법이다. 연구해보면 치료방법은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윤원 이뮨메드 대표이사는 "바이러스억제물(VSF)을 기반으로 한 치료제는 세포의 자연치유능력을 이용해 만든 항바이러스 치료제로, 정상 세포가 아닌 바이러스 감염 세포만 타깃으로 한다"며 "이번에 '우한 폐렴'에도 적용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아직은 임상시험은 어렵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정상적으로 허가받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질병 치료를 위해선 진단하는 것이 첫 걸음이다. 바이오협회는 국내 바이오기업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진단 키트를 만들 수 있는 역량이 있다고 판단하고, 2월 말까지 국내 바이오기업을 대상으로 감염 진단을 목적으로 하는 유전자 검사시약 제품(한시적 사용) 평가 모집 공고를 냈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포함해 임종윤 한국바이오협회 이사장,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대표이사, 장윤숙 셀트리온 사장, 김영주 종근당 대표이사, 엄대식 동아ST 회장, 정운수 한국거래소 부이사장 등이 참석했다.

서정선 한국바이오협회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국내 바이오 산업 생산규모는 10조4000억원으로 최근 5년간 8.3% 증가세를 보였다"며 "바이오헬스산업은 바이오 스타트업과 벤처, 제약회사들이 함께 뭉쳐 가능성을 믿고 성장해나가야한다"고 말했다.

보건 당국은 다만 음식물 안에서 바이러스 생존 기간 및 가능성이 낮아 음식 매개 전파 가능성은 적다고 밝혔다. 식약처 관계자는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 등에 따르면 환경 표면에서 생존력은 3일 정도"라며 "신종코로나 바이러스는 베타코로나 바이러스로서 호흡기로 감염되지, 소화기 감염은 아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