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상이 운영하는 강원도 횡성의 김치 생산공장을 다녀왔다. 대상은 국내 1위 포장김치 업체다. 포장김치 브랜드 종가집은 1987년 나온 후 시장 1위 자리를 놓친 적이 없다.
종가집 김치의 1등 비결은 무엇일까. 답은 김치 양념 혼합 비율에 있다. 김치 생산 과정 중 고춧가루, 마늘, 액젓 등 손질된 재료를 섞는 작업대 앞에 혼합 비율이 적힌 표가 있었다. 표를 자세히 보려고 다가가자 현장 직원들이 막아섰다. 33년 김치 사업을 하며 쌓은 노하우와 비결이 이 표에 담겨 있어 보여 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표에 담긴 혼합 비율 등 레시피는 대상 김치연구소가 연구해 횡성 공장에 보낸 것이다.
1등 기업은 저마다 비결을 갖고 있다. CJ제일제당은 국내 스팸 시장을 개척했고 현재 이 시장에서 압도적인 1위를 점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 1987년 미국 육가공업체 호멜의 스팸을 한국에 들여왔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한국식 스팸 개발에 나서, 미국 스팸보다 덜 짜고 흰밥과 궁합이 맞는 제품을 만들었다.
농심 신라면, 동원F&B 참치, 동서식품 맥심, 오리온 초코파이도 오랜 연구개발(R&D) 과정을 거쳐 탄생했고 현재 각 분야 1위를 지키고 있다. 1등 비결이 R&D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최근 식품업체들은 실적 둔화로 인해 수익성 회복에 주력하느라 R&D를 소홀히 하고 있다. 국내 식품업체의 매출 대비 R&D 투자 비율은 0.3~1%대에 그친다. 국내 1위 종합식품기업 CJ제일제당을 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매출 대비 R&D 투자 비율은 1.17%에 불과했다. 2016년 1.71%, 2018년 1.22%에 이어 점점 줄고 있다. 다른 식품업체는 R&D 투자 비율이 더 낮다.
식품업체들이 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수익성 회복에 나선 것이 틀린 방법은 아니다. 그렇다고 R&D 투자를 줄인다면 국내 식품 시장에서 새로운 1등 제품은 물론 혁신 기업이 사라질 수 있다. 10년 넘게 식품업계에서 일한 관계자가 최근 털어놓은 말이 떠올랐다. "언제부터 R&D를 소홀히 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지금까지는 회사 대표 제품이 있어 그럭저럭 버텨왔지만 앞으로가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