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은 재물인가 인격체인가.'
최근 보험업계에서 반려동물의 정체성을 놓고 이런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반려동물보험(펫보험)을 '제3 보험'으로 분류하는 내용의 보험업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다. 현행 보험업법은 생명보험사 또는 손해보험사만 팔 수 있는 보험과 둘 다 팔 수 있는 보험을 구분하고 있다. 예컨대 자동차보험이나 화재보험 등은 손보사만 판매한다. 반면 사람 생명과 관련된 종신보험 등은 생보사에서만 판매 가능하다. 제3 보험은 사람의 질병·상해 또는 이에 따른 간병 등을 보장하는 보험으로, 생명·손해보험사 모두 판매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제3 보험'이라 불린다. 질병보험, 상해보험, 간병보험 등이 대표적이다.
이번 보험업법 개정안은 '동물에게 발생한 사고'를 보장하는 보험도 제3 보험으로 분류하자는 내용을 담았다. 김병욱 의원은 "최근 반려동물 보유 가구가 급증하면서 반려동물 보험상품도 늘어나고 있다"면서 "그런데 현행법은 이에 관해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아 법적 근거를 알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김 의원의 제안은 반려동물에 대한 기존 법적 체계를 뒤흔드는 내용이어서 논란이 되고 있다. 그간 우리나라 법체계는 동물을 '재물'로 다뤄왔다. 예컨대 타인의 동물을 학대하면 형법상 재물손괴죄가 적용된다. 펫보험 역시 '재물의 손해'를 보장한다는 의미에서 손해보험으로 분류됐다.
반려동물 정체성 논쟁은 생명·손해보험업계 간 밥그릇 싸움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반려동물을 재물로 보는 현행법 체계에선 손해보험사만 펫보험을 팔 수 있다. 그러나 반려동물을 인격체로 여기면 펫보험이 제3 보험으로 분류될 수 있다. 기존 손해보험사는 물론 생명보험사도 펫보험을 팔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생보업계 입장에선 빠르게 성장하는 펫보험 시장을 나눠 가질 수 있어 반색하고 있다. 반면 기존 사업 영역을 침범당할 수 있는 손보업계에서는 "우리나라 법체계와 맞지 않는다"면서 반대하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