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넘게 고양이 두 마리를 키워온 직장인 박모(35)씨는 사료 값 등으로 매달 고양이한테 10만~15만원씩을 쓴다. 그런데 최근 정부가 반려동물에 대한 보유세 도입을 검토할 것이란 소식을 듣고 지출이 늘어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걱정이 됐다. 박씨는 "고양이들이 나이가 들어가면서 병원비 지출도 늘어날 텐데, 여기에 세금까지 낸다면 솔직히 부담"이라면서 "가족 같은 아이들이라 버릴 생각은 전혀 없는데, 유기동물을 위한 비용을 동물 기르는 사람들로부터 걷는다는 게 도대체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최근 농림축산식품부가 '2020~2024년 동물복지 종합계획'을 발표하면서 "반려동물 보유세 또는 부담금, 동물복지 기금 도입 등을 검토해 지자체 동물보호센터, 전문기관 등의 설치·운영비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히자 논란이 거세졌다. 세수(稅收)를 늘리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부터 반려동물 보유세가 도입되면 유기동물이 더 늘어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는 등 논란이 계속되자 농식품부는 "2022년부터 연구용역,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 국회 논의 등을 거쳐 중장기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면서 "반려동물 보유세 도입은 확정된 바가 없다"고 한발 물러섰다.

◇반려동물 보유세 도입으로 유기동물 줄어들까

정부가 반려동물 보유세 도입 방안을 검토하는 이유는 버려지는 유기동물 수가 해마다 늘고 있기 때문이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유기동물의 수는 지난 2014년 8만1147마리에서 2018년 12만1077마리로 4년 동안 50%가량 증가했다. 우희종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얼마전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너무 쉽게 생명체를 키우기 때문에 많은 유기동물이 발생하는 것"이라면서 "보유세를 도입해서 그 돈이 동물 복지에 사용되거나 유기동물을 방지하는 데 사용된다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반려동물 보유세 도입으로 유기동물이 되레 늘어날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한 청원인은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반려동물 보유세 추진 절대 반대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반려동물 보유세가 도입되면 버려지는 아이(동물)들이 더 많아진다"면서 "이런 말도 안 되는 방안은 어떤 분 머리에서 나온 것이냐"고 질타했다. 그는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반려동물 의료보험이 만들어지면, 버려지는 아이들이 절반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이 청원은 열흘여 만에 2만건 가까운 동의를 받았다.

◇정치권으로 논란 번져… 실효성 문제도 제기돼

반려동물 보유세 논란에 정치권도 가세했다. 조경태 자유한국당 최고위원은 지난 17일 "무턱대고 세금부터 부과한다면 국민적 조세 저항으로 사회적 갈등만 유발할 것"이라면서 "반려동물에 대한 비용 부담만 높아져 오히려 유기견만 더 양산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이어 21일 김재원 자유한국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당 차원의 반려동물 공약을 발표하면서 "우리나라의 반려동물 제도나 정책이 미비한 상황에서 세금만 부과하는 것은 주객전도이기 때문에 반려동물 보유세는 바람직하지 않고 현 단계에서는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서재헌 상근부대변인 명의의 논평에서 "전문적이고 진지한 검토의 부족으로 공약 곳곳에 공백이 있고, 재원 마련이나 시행을 위한 책임 있는 고민이 없다"고 맞섰다.

전체 반려동물 숫자 대비 등록된 반려동물의 숫자가 20% 선인 점을 감안하면 반려동물 보유세를 제대로 매길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지난 2018년 기준 반려동물 수(개·고양이 기준)는 635만 마리에 달한다. 이 수치마저도 전수(全數)조사가 아닌 표본조사여서 추정치에 불과하다. 더욱이 지방자치단체에 등록된 반려동물 수는 130만 마리에 그친다.

◇독일 등은 보유세 부과… 영국은 폐지

일부 동물 복지 선진국은 반려동물 보유세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훈데스토이어(Hundesteuer)'라는 이름의 보유세를 부과하는 독일이 대표적이다. 주(州)마다 세금이 다른데, 슈투트가르트의 경우 1년에 109유로(약 14만원)가량을 세금으로 낸다고 한다. 네덜란드도 반려동물 보유세가 도입됐는데, 수도 헤이그에선 반려견 한 마리당 연간 116유로(약 15만원)가량을 세금으로 낸다. 오스트리아, 싱가포르, 핀란드 등도 동물 보유세가 있는 나라다. 영국에선 실효성 논란이 제기되면서 1987년 동물 보유세를 폐지했다. 그런데 크리스마스 시즌에 선물로 쓰인 반려동물이 버려지면서 최근 들어 보유세를 부활시키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