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 분석해 추천하고, 이미지로 소통하는 온라인 편집숍
콘텐츠+쇼핑 '미디어 커머스'로 MZ세대와 설득

무신사의 오프라인 공간 무신사 테라스.

"요즘 누가 백화점 가요? 무신사에서 사지." (대학생 정지원 씨, 남)
"여러 온라인 쇼핑몰을 갈 필요 없어요. 지그재그에가면 한 번에 다 볼 수 있으니까요." (직장인 김서현씨, 여)

무신사, 29CM, 지그재그, W컨셉, 블랭크코퍼레이션... 이 단어가 익숙하다면 당신은 MZ세대(밀레니얼+Z세대, 1980~2004년생)일 가능성이 높다.

주요 온라인 유통사들이 젊은 세대들의 지지를 업고 유통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대부분 온라인 기반의 스타트업으로 출발해 급성장한 회사들이다. 지난해 11월 국내 10번째 유니콘 기업에 오른 쇼핑몰 무신사는 작년에 거래액 90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2배 이상 성장한 수치다. 올해는 인공지능(AI) 등 신기술을 도입해 거래액 1조5000억원을 목표로 한다.

동대문 의류를 모아 파는 쇼핑 플랫폼 지그재그는 20~30대 여성들의 지지로 출범 4년 만인 2018년 누적 거래액 1조3000억원을 거뒀다. 여성복 쇼핑몰 W컨셉은 지난해 거래액 2000억원을 돌파했고, 스타일쉐어와 29CM도 각각 거래액 1000억원을 달성했다. 앞서 패션과 화장품을 판매하는 스타일난다도 로레알에 4000억원에 매각된 바 있다. 백화점도 외면한 젊은이들을 사로잡은 차세대 쇼핑몰들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① 여러 상품을 한눈에 파는 '온라인 편집숍' 구현
무신사는 길거리 감성의 캐주얼 의류의 신발 등을 판매하는 쇼핑몰로, 3700여 개 브랜드, 26만여 개 상품이 입점해 있다. 이들의 광고 문구처럼 웬만한 상품은 다 파는 셈이다. 상품량이 방대하지만, 카테고리별로 판매 순위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덕에 최신 유행을 한 눈에 포착할 수 있다. 이 순위가 젊은이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커 "무신사 랭킹에 들기만 하면 길거리 유행이 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 실제로 고객의 70%가 10~20대다. 2016년 100만 명이었던 회원 수는 올해 1월 기준 600만 명으로 급증했다.

동대문 기반의 여성 쇼핑몰 3600여개를 모아 소개하는 지그재그.

지그재그는 동대문 기반의 쇼핑몰을 모아 소개하는 쇼핑 플랫폼으로 젊은 여성들을 사로잡았다. 입점한 쇼핑몰만 3600여 개. 지난해 10대가 가장 많이 쓰는 이커머스 앱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곳에선 고객 정보 몇 가지를 입력하면 취향을 분석해 다양한 쇼핑몰의 옷을 추천해 준다. 한 20대 이용자는 "일일이 여러 쇼핑몰에 들어갈 필요 없이, 이곳에서 주문과 결제까지 마칠 수 있어 편리하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를 모아 파는 W컨셉은 20~40대 여성들에게 지지를 얻고 있다. 개성과 품질, 가격까지 따지는 직장 여성들의 까다로운 니즈를 만족시켰다는 평이다. 회사원 김지원 씨는 "백화점 의류와 품질은 비슷하지만, 가격이 합리적인 게 장점"이라고 했다.

이들 쇼핑몰은 모두 브랜드보다 개성을 따지는 MZ세대를 겨냥해 '온라인 편집숍'을 구현했다. 여기에 랭킹, 큐레이션, 리뷰 활성화 등을 통해 쇼핑 편의성을 높였다. 무신사의 경우 올해 이미지 및 음성 검색, 빅데이터를 활용한 360도 코디숍 등을 도입해 맞춤형 쇼핑 서비스를 확대할 방침이다.

② 콘텐츠와 쇼핑 경계 허문 '미디어 커머스'로 MZ세대와 소통
"일단 시각적으로 끌려야 한다. 우리가 돈이 없지 감성이 없나." 한 대학생의 말이다. MZ세대가 중요하게 여기는 건 이미지와 소통이다. 상품력은 기본, 제작과정과 디자이너 스토리까지 꼼꼼하게 살핀 후 비로소 지갑을 연다.

‘무신사TV’의 스니커즈 전문 프로그램 ‘신세계’.

'무지하게 신발 사진이 많은 곳'이라는 온라인 동호회에서 출발한 무신사는 미디어와 쇼핑을 결합한 서비스로 10~20대에 어필했다. 길거리 패션과 스타일링 방법, 한정판 제품, 브랜드 스토리 등의 정보를 보여주고 쇼핑으로 연결했다. 유튜브에 '무신사TV'를 출범해 8개월 만에 구독자 12만 명을 확보하기도 했다. 지난해 무신사가 공개한 콘텐츠 수는 6만6000개에 달한다. 최근에는 미디어 커머스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미디어 부문을 신설하고 김현수 29CM 부사장을 미디어 부문장으로 영입했다.

블랭크코퍼레이션은 '디지털 방문판매'를 내세웠다. 소셜미디어에 흙탕물 같은 한강 물을 필터 샤워기로 걸러 샤워하는 실험 영상을 선보여 이목을 끈 후 해당 상품을 판매하는 식이다. 지난해에는 유튜브에서 모델 오디션 '고등학생 간지대회'를 열어 누적 조회 수 3000만 건을 돌파했다. 설립 당시인 2016년에는 매출이 7억원에 불과했지만, 2018년 매출액이 1169억원으로 급증했다. 올해는 기업공개(IPO)를 추진한다.

29CM도 미디어 콘텐츠를 정체성으로 삼았다. 29CM의 C는 콘텐츠(Content), M은 미디어(Media)를 의미한다. 특정 브랜드나 콘셉트를 내세운 온라인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해 '감성'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을 끌어들였다. 최근에는 '29TV'를 출범해 비디어 커머스(영상 콘텐츠를 활용한 이커머스)를 시도했다.

29CM가 출범한 ‘29TV’, 감성과 스토리를 내세웠다.

③ 동대문 기반의 유행 패션 발 빠르게 지원... K패션 성지로
무엇보다 중요한 건 상품이다. 이들은 동대문 기반의 디자이너 브랜드나 스트리트 브랜드를 입점 시켜 함께 성장했다. 커버낫·디스이즈네버댓·키르시·앤더슨벨 등이 무신사 등에 입점해 매달 수 십억원의 거래액을 달성하는 브랜드가 됐다. 무신사는 동대문에 공유오피스 무신사 스튜디오를 낸 데 이어, 22억원을 들여 신진 디자이너 지원 프로젝트도 진행했다. 올해까지 연간 거래액 100억원 규모의 파트너 브랜드 30개를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W컨셉도 국내 신진 디자이너들과 함께 성장했다. 직접 인플루언서 협찬 등을 지원해 신진 디자이너가 성장하도록 도왔다. 지난해에는 미국 블루밍데이즈에 팝업스토어를 열고 마론에디션·렉토·로켓런치·제이청 등 국내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 11개를 소개하고, 롯데인터넷면세점에 입점해 국내 디자이너들의 해외 진출을 지원했다.

블랭크코퍼레이션는 중소기업과 함께 ‘셀프 옆머리 다운펌’, ‘발 각질 제거제’, ‘정수 필터 샤워기’, ‘마약 베개’ 등 혁신 상품을 개발했다. 생활 속 고민이나 불편함을 찾아 아이디어 상품을 선보여 구매욕을 자극했다.

④ 협업과 이벤트... '사는 재미' 부여
이들은 이종 기업과의 협업, 한정판 마케팅 등을 통해 끊임없이 MZ세대를 유혹한다. 무신사가 지난해 하이트진로와 협업해 판매한 참이슬 백팩은 400개가 5분 만에 동났고, 스파오의 펭수 티셔츠는 500벌 추첨 판매에 1만 명이 몰린 건 유명한 일화.

무신사가 하이트진로와 함께 기획해 출시한 ‘참이슬 백팩’, 5분만에 400개 물량이 동났다.

오프라인에서도 역량을 확대하고 있다. 무신사는 마포구 동교동 애경타워 꼭대기 층에 2644㎡(약 800평) 규모의 복합문화공간 ‘무신사 테라스’를 조성했고, 29CM는 KEB하나은행 강남점에 편의점 콘셉트의 매장을 열어 화제를 이목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