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지난해 매출액이 창사 이후 처음으로 100조원을 돌파했고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50% 넘게 증가했다. 대형 SUV 팰리세이드를 포함해 지난해 선보인 신차들이 국내·외에서 큰 인기를 모으면서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기아자동차역시 북미 전용 모델로 선보인 텔루라이드 등 신차가 글로벌 시장에 안착하면서 영업이익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 현대차, 매출액 첫 100조원 돌파신차 효과·원화 약세로 반등에 성공

지난해 국내와 북미 시장에서 큰 인기를 모은 현대차의 대형 SUV 팰리세이드

현대차는 22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2019년 경영실적 컨퍼런스콜’을 갖고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52.1% 증가한 3조6847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액은 9.3% 늘어난 105조7904억원을 기록했고 당기순이익은 3조2648억원으로 98.5% 급증했다.

다만,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판매대수는 442만5528대로 2018년 판매량 458만9199대와 비교해 3.6% 감소했다.

현대차가 전체 판매량 감소에도 불구하고 실적이 개선된 것은 마진이 높은 신차를 연이어 출시한 가운데 원화 약세 효과까지 더해졌기 때문이다.

현대차가 지난 2018년말 선보인 대형 SUV 팰리세이드는 지난해 국내에서 물량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정도로 수요가 많았고 북미 시장에서도 매달 5000여대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큰 인기를 모았다. 여기에 신형 쏘나타와 그랜저 부분변경모델도 출시됐다.

우호적인 환율도 실적 개선에 영향을 미쳤다.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지난 2018년 1000원~1100원대 초반 범위에서 움직였지만, 지난해에는 미·중 무역분쟁 등의 영향으로 1100원대 후반으로 올랐다.

지난해 하반기 출시된 그랜저 부분변경모델

현대차의 지난해 실적은 4분기에 들어서면서 더욱 눈에 띄게 호전됐다. 4분기 매출액은 27조8681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0.5% 늘었고 영업이익은 1조2436억원으로 148.2% 급증했다. 당기순이익도 8512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그러나 판매대수는 중국 등 신흥시장에서의 부진이 지속되면서 전년동기대비 2.5% 즐어든 119만5859대에 그쳤다.

현대차 관계자는"주요 시장의 수요 위축과 일부 노후 모델의 판매 부진으로 지난해 4분기 대비 판매가 줄었지만, 인센티브 축소와 환율 효과의 영향으로 수익성은 크게 향상됐다"고 말했다.

◇ 제네시스 GV80 이어 투싼·GV70도 출격… '신차 융단폭격' 예정

자동차 업계 관계자들은 올해도 달러대비 원화 가치가 크게 오르지 않을 경우 현대차의 실적 개선 흐름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다. 올해 SUV 차종에서 잇따라 신차 출시가 이어져 판매대수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출시된 제네시스 GV80

현대차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는 지난 15일 대형 SUV인 GV80 디젤 모델을 출시했다. GV80은 이미 국내 시장에서 계약대수 1만대를 돌파했다. 제네시스는 이어 상반기에 대형세단 G80의 2세대 완전변경모델을 출시하고 하반기에는 중형 SUV인 GV70도 선보일 계획이다.

현대차는 준중형 SUV인 투싼의 완전변경모델을 올 상반기에 출시한다. 여기에 중형 SUV 싼타페와 소형 SUV 코나의 부분변경모델 출시도 예정돼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미·중 무역갈등 장기화와 중동, 유럽 등에서의 지정학적 리스크, 환경 규제 강화 등 여러 대외악재에 따른 저성장 기조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합리적인 물량 운영과 지속적인 신차 출시를 통해 수익성 중심의 내실 있는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는 2019년 기말 배당금을 2018년과 동일하게 3000원으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 기아차도 영업이익 2조원 돌파…올해 신형 쏘렌토·스포티지·카니발 출시

기아차가 지난해 북미 전용 모델로 출시한 대형 SUV 텔루라이드

기아자동차역시 현대차와 마찬가지로 신차 효과와 원화 약세에 힘입어 이익이 크게 늘었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73.6% 급증한 2조97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액은 58조1460억원으로 7.3% 늘었고 당기순이익은 1조8267억원으로 58% 증가했다.

기아차가 지난해 초 북미 시장 전용 모델로 선보인 대형 SUV 텔루라이드는 ‘북미 올해의 차’로 선정되는 등 현지에서 큰 인기를 모으면서 기아차의 해외 판매실적을 호전시키는데 일조했다. 역시 지난해 나온 K7 부분변경모델과 신형 K5, 소형 SUV 셀토스 등도 출시 후 국내와 해외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기아차는 올해도 SUV 차종을 중심으로 신차를 지속적으로 출시해 실적 개선 흐름을 이어가겠다고 전했다. 올해는 중형 SUV 쏘렌토와 준중형 SUV 스포티지, 미니밴 카니발 등이 완전변경돼 출시될 예정이다.

기아차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핵심 차종에서 신차 출시가 집중적으로 이어지는 ‘골든 사이클’에 진입했다"며 "신차를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서의 판매를 확대하고 수익성을 지속적으로 높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