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시·군별 정밀진단 결과 1분기 중 발표
정부가 17개 광역시·도의 군‧구별 제조업 경쟁력을 분석해 발표한다. 지금까지 중앙정부에서는 광역시·도 단위로만 지역의 주력 산업이 무엇인지를 대략 파악하는 정도였지만 이제는 기초자치단체인 시·군별로 세분화해 그 지역에 가장 적합한 제조업 업종을 제시하고 맞춤형 산업육성책을 펴겠다는 것이다.
한국 경제의 중심 산업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해온 제조업이 갈수록 경쟁력을 잃어가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중앙정부가 나서 제조업 경쟁력 강화의 청사진을 제시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16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정부는 시‧도를 군·구 단위로 나눠 지역별 제조업 경쟁력 분석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정부는 지역에 가장 적합한 제조업의 업종을 세분화해 1분기 중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경기도 양평군, 부산시 영도구 등 특정 지역에 제조업 현황을 분석하고 앞으로 어떤 제조업종을 발전시켜야 가장 경쟁력이 있는지를 제시하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지금까지 지역별 제조업에 대한 분석을 자세하게 한 적이 없는데 광역시‧도의 산업 환경을 분석해서 어떤 지역에 어떤 제조업이 가장 적합한지를 제시하려는 것"이라며 "적합한 제조업종을 제시할 때도 자동차나 조선 등 뭉뚱그려 업종을 말하는 게 아니고 자동차 산업 중에서도 특정 부품을 만드는 것이 가장 경쟁력이 있다는 식으로 구체적으로 산업의 경쟁력을 분석하려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분석을 위해 산업연구원 등 연구기관이 이미 갖고 있는 데이터와 지자체의 데이터를 활용할 계획이다. 지역별 대학과 연구기관의 위치, 원자재 공급 방법, 지형, 교통 인프라, 전문 인력 분포 등을 살펴봐서 제조업과 지역의 특성을 반영해 적합 업종을 선정한다.
정부가 지역에 맞는 제조업 분야를 선별하려는 것은 지방을 중심으로 제조업 경쟁력이 급속히 약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지역의 제조업 육성은 지역균형발전을 목적으로 정밀한 경쟁력 분석이 없이 진행된 경우가 많았는데 이러다보니 경쟁력 약화가 만성질환처럼 누적된 것 아니냐는 문제의식도 이번 제조업 경쟁력 진단을 하게 된 이유다.
통계청에 따르면 제조업 생산능력지수는 2018년 8월 이후 16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제조업 생산능력지수는 제조업에서 제품을 얼마나 생산할 수 있는지 나타내는 지표로 1971년부터 통계를 작성해왔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1997년)와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에도 전년 대비 증가했지만 2018년부터는 계속 하락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조선소와 한국GM공장을 폐쇄하자 하루아침에 지역경제가 위기에 빠진 전북 군산처럼 특정 제조업 분야에 의존하고 있는 취약한 구조가 계속 유지됐던 까닭이다.
정부가 지역에 맞는 제조업 분야를 선별하는 것은 지금까지 산업 경쟁력에 대한 정밀한 분석이 부족한 상태에서 정치적 판단 등에 따라 지역에 특정 산업을 육성하려한 것은 아닌지 살펴보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지역 균형발전을 강조하기 시작한 것은 김대중 정부시절부터다. 당시 정부는 '선 지방 육성, 후 수도권 자율화'를 정책 방향으로 삼아 지역균형발전을 추진했다. 하지만 정밀한 경쟁력 분석없이 지역 안배 차원의 산업 육성이 이뤄졌다. 광주광역시에 신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빛 광(光)자를 쓰는 지명이 광섬유(빛 신호를 전달하는 유리 또는 플라스틱 섬유의 일종)와 관련이 있다며 광섬유 관련 기업을 이곳에 유치하는 식이었다.
산업부 관계자는 "지역에 기반한 제조업 중심 기업이 제대로 자리매김하고 있는지, 경쟁력을 보완해야 할 부분은 뭐가 있는지 등을 정부가 분석해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선진국에선 이미 정부 주도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제조업을 분석해 지역 산업을 육성하는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2011년 스페인의 미래기술연구소(IPTSO)를 중심으로 '스마트 전문화(Smart Specialization)'전략을 펴고 있다. 연구소를 통해 EU내 지방정부의 산업과 기업에 대한 컨설팅과 경쟁력 분석, 관련 지표 개발 등 산업경쟁력에 대해 면밀한 분석을 하고 있다.
미국 오바마행정부 시절부터 시작된 '매뉴팩처링 USA(Manufacturing USA)'도 제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이다. 연방정부에서 5~7년간 초기 투자금을 지원하고 주정부가 일부 자금을 매칭해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기술개발을 지원한다. 기업 인근에 있는 대학과 연구소들도 기술개발을 돕고 벤처캐피탈(VC)도 자금을 투자한다. 이렇게 개발된 기술로 만든 제품은 대기업에 납품된다.
장석인 한국산업기술대 교수는 "3D 프린팅, 전력반도체, 신화학공정기술 등 새로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연방정부가 장기간 주정부, 기업, 연구기관, 벤처캐피탈과 협력하고 있는 미국처럼 우리 정부도 지역 기반의 제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적극 나서야한다"고 했다.
장우석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제조업 진단을 하는 것은 좋지만 일회적인 진단이 아니라 지역별로 어떤 산업이 있고 취업자 분포와 R&D현황 등을 종합적으로 볼 수 있는 지표를 개발해 데이터베이스(DB)로 구축하는 것이 먼저"라며 "이렇게 DB가 구축되면 이 지표를 활용해서 민간 기업들과 지자체가 알아서 지역에 가장 적합한 산업을 육성하려는 정책을 펼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