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국세청 조사관 출신 저술가인 오무라 오지로(大村大次郞)는 '탈세의 세계사'에서 역사적으로 굵직한 사건들의 배후에 있는 진짜 원인은 바로 세금 갈등이라고 본다.

미국은 어떻게 오늘날 초강대국이 되었을까? 역사가들의 만 가지 설명도, 일단 미국의 독립이 없었다면 성립하지 못할 것이다. 왜 식민지 미국은 전쟁까지 불사하면서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요구하게 됐을까? 1773년 보스턴 차 사건이 중대한 전환점이었다. 당시 관세를 피하면서 차를 밀수하던 북미 이주민들의 힘을 약화시키기 위해 영국이 동인도회사에 차 무역 독점권을 주자 이에 그들이 반발한 사건이었다.

원래 영국은 전 세계 모든 식민지에 세금을 부과했지만, 유독 북미만은 예외였다. 애초 영국의 눈에 북미는 아직 홍차도 향신료도 금은도 나지 않는 무가치한 땅이었기에 영국은 세금을 거둘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북미 대륙을 두고 프랑스, 러시아와 벌인 7년 전쟁으로 재정이 악화되자, 동인도회사 무역으로 수입을 보충하려 했다. 1756년 북미 지역에 인지세를 부과했다가 큰 반발에 직면했다. 한동안 세금 무풍지대에 있던 북미인들이 막상 세금을 내야 할 상황에 직면하자 적극 반발했던 것이다.

로마가 기독교를 공인한 것은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당시 크게 증가하던 기독교 인구를 지지 기반으로 삼기 위해서였지만 그 대가로 모든 기독교인에게 세금을 납부하도록 강제했다. 로마는 명분과 실리를 다 챙길 수 있었다. 이슬람교가 급속도로 확산된 이유는 이슬람 제국이 교도에게는 세금을 부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프랑스혁명은 민중이 구체제를 타도하려 자연 발생한 것이 아니다. 당시 면세 혜택으로 배를 불리던 귀족과 성직자를 억누르려던 루이 16세가 그 집행관으로 스위스 은행가 네케르를 발탁했다. 그가 자신에 대한 귀족들의 모함을 모면하려 국가의 세입·세출을 대중에 공개하자 왕실의 막대한 씀씀이가 만천하에 공개되고 시민의 분노는 왕실을 덮쳤다.

소련이 붕괴한 배경은 매우 복잡하지만, 일단 고르바초프가 페레스트로이카(개혁)와 동시에 글라스노스트(개방)라는 이름의 정보 공개를 추진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일반 노동자들과 공산당 간부의 호화로운 삶 사이의 양극화 실상이 알려지면서 국민의 불만이 타올랐던 것이다.

저자가 내린 결론은 단순명쾌하다. 상류층에 합법적 면세가 집중되고 탈세가 만연하면서 국가 재정이 악화되고, 이를 모면하기 위해 대중에게 온갖 명목으로 세금을 부과했던 국가는 여지없이 몰락했다는 사실이다. 스페인이 그랬고 로마가 그랬다. 마구잡이 증세로 평범한 대중들까지 부당하게 세금을 탈취당한다고 분노하는 순간, 위기는 바로 코앞에 온 것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