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고령자 대상 교통 안전교육 의무 수강 시작 연령을 75세에서 65세로 낮춰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65세 이상은 5년에 한번 운전 면허를 갱신해야 하는데, 이 주기도 단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고령운전자 운전능력 평가시스템(Senior Driver Assessment System·S-DAS)’을 통해 580명에게 실험한 결과 65세 전후로 운전 능력이 평균 이하 수준으로 떨어진다는 결과에 따른 지적이다.

13일 한국교통연구원이 발간하는 학술지 ‘교통연구’에 최근 실린 ‘운전자 연령에 따른 운전능력 분석’ 논문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 집단이 일반 운전자 집단보다 위반 행동은 빈도가 적지만, 오류 행동과 공격적인 행동이 더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정미경 도로교통공단 교통과학연구원 선임연구원과 정민예 연세대학교 작업치료학과 교수가 S-DAS로 연령대별 운전자 580명의 운전능력을 분석한 결과다.

S-DAS는 ▲시력검사 5종 ▲신경인지검사 5종 ▲운전능력검사 7종 ▲운전행동검사 1종 등 18종의 검사로, 고령 운전자의 운전 능력을 측정하는 도구로 개발됐다.

2016년 10월 11일 모범운전자 연합회·녹색어머니 중앙회 회원 등이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어르신 교통사고 제로캠페인’에 참가해 ‘함께 걷고, 함께 운전하는, 어르신이 행복한 교통세상’을 만들자는 글이 적힌 배너를 들어 보이고 있다.

논문에 따르면 65세 전후의 운전자들은 운전 능력이 평균 이하 수준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운전자 집단은 기억력·주의력·지각능력·운동조절능력·시각능력·속도추정능력 등 S-DAS에서 측정하는 대부분의 기능이 일반운전자에 비해 떨어진다"는 해석이다. 특히 75세 이상 ‘후기 고령자’는 기억력·주의력·지각능력·시각능력이 65~74세 초기 고령자보다 뒤떨어졌다. 반면 20대~50대의 운전능력 차이는 크지 않았다.

운전 오류와 습관 검사 결과 ‘위반 행동(의도적인 행위)’ 점수는 65세 미만 운전자 집단에서 높게 나타났다. 반면 ‘오류 행동(단순 실수에 의한 착오)’은 고령 운전자 집단에서 높게 나타났다. 신체적 노화로 인한 불편으로 인해, 의도치 않은 행동을 할 수 있고 순간적으로 당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이가 들면서 동공이 작아져 갑작스런 빛의 강도의 변화에 따른 적응 속도가 느려지기 때문이다. 속도와 거리 판단의 정확성이 떨어지고 반응 시간도 오래 걸린다는 것이다.

논문은 연령에 따라 무조건적 운전 제한을 두는 것은 고령자의 이동성을 제약하고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고 지적했다. 고령 운전자의 운전 능력을 기준으로 운전 제한을 차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65세 이상 운전자의 운전 능력을 판단해 선별적인 운전 제한 조치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논문은 운전 능력 판별 방안으로 운전면허 갱신 시 하는 적성 검사를 더 자주하고, 교통안전교육 의무화가 적용되는 연령을 현행 75세에서 65세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행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운전면허 취득 후 10년 주기로 면허를 갱신하고, 적성 검사를 해야 한다. 이 주기가 65세 이상은 5년, 75세 이상은 3년으로 줄어든다. 75세 이상은 갱신 때 의무 교통안전교육도 받아야 한다.

전문가들도 고령 운전자를 가장 중요한 미래 교통 문제로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통연구원은 지난해 8월 발간한 ‘미래 교통수요 변화 대응 교통 SOC 추진 전략 수립’ 보고서에서 교통 사회간접자본(SOC) 관련 전문가 21인에게 미래 교통 수요 변화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미래에 발생할 것으로 보이는 29가지의 ‘예상 교통 문제’ 가운데 1위로 꼽힌 것이 "고령운전자 사고 증가 및 교통서비스 부족"이었다.

이들이 고령 운전자 관련 문제를 ▲2위 대도시 교통문제 심화(교통혼잡, 소음, 배출가스 증가) ▲3위 노후차량(대기오염유발차량) 운행 억제 ▲4위 이동권 등 교통복지 요구 증대 ▲5위 전기·수소차 등 친환경 차량 활성화 등 보다 중요한, 당면한 사안으로 꼽은 것이다. 현재 정부에서 주목하고 있는 자율주행차 관련 사고(19위)나 자율주행차 도로 운영 및 투자 경제성 분석방법 변화(26위)보다 중요도 순위가 한참 높았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은 고령 운전자에 대한 고려가 이뤄져 왔다. 교통연구원은 "사회·경제적 활동이 위축된 고령자가 스스로 독립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로·노면 표지와 신호 운영 야간운전환경 등 도로운영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면서 "고령자의 운전 능력을 평가하고 운전 제한을 할 수 있도록 평가체계와 면허 관련 법적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또 "고령자 특화 교통 정보를 제공하고, 정보 전달 매체를 개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