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화장품 브랜드 AHC를 매각해 1조원을 벌어들인 이상록(46·사진) 전 카버코리아 회장이 서울 강남구 신사동 KTC(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 서울청사를 320억원에 매입했다. 이 전 회장은 AHC 매각자금을 활용해 연달아 국내 부동산 쇼핑에 나서고 있다.

13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이 전 회장은 지난달 10일 신사동 KTC 사옥을 320억원에 매입했다. 320억원 모두 현금으로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회장이 매입한 건물은 강남을지병원사거리 인근 이면에 위치해있다. 지하 1층~지상 4층으로 대지 1419㎡(약 429평), 연면적 1517㎡(약 459평) 규모다. 매입가는 대지 3.3㎡당 7460만원 수준이다.

KTC 신사동 청사는 2014년 3월부터 매물로 나왔지만, 이 전 회장이 사기 전까지 6년여 동안 무려 20번 유찰됐다. 2014~2015년 약 250억원에 매물로 나와 9번 유찰됐고, 2018~2019년 약 310억~320억원에 매물로 나와 11번 유찰됐다.

이창동 밸류맵 리서치팀장은 "주변 매물이 지난해 대지 3.3㎡당 6000만~8000만원에 팔린 것을 고려하면 가격은 적정해 보인다"면서 "개인 투자자는 통상 100억원대 건물 매수를 희망하는데 개인이 사기엔 가격대가 높았던데다, 매입 후 신축을 고려하는 법인이 사기엔 제3종 일반주거지역이라 고층으로 지을 수 없는 약점이 있어 수차례 유찰됐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상록 전 카버코리아 회장이 매입한 서울 강남구 신사동 KTC(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 서울청사.

이 전 회장은 1999년 카버코리아를 설립했다. 2011년 출시한 ‘더 리얼 아이크림 포 페이스(이보영 아이크림)’가 대표상품인 AHC 제품들이 홈쇼핑에서 인기를 끌며 카버코리아 매출은 급상승했다. 이 전 회장은 2017년 9월 다국적 생활용품 제조업체 유니레버가 카버코리아를 인수할 때 본인 지분 35%를 매각, 1조원에 가까운 현금을 확보했다.

이후 이 전 회장은 쇼핑하듯 국내 부동산을 줄줄이 사들였다. 2017년 11월 강남구 논현동 소재 한 빌딩을 115억원에 샀고, 2018년 2월 논현동 또다른 빌딩을 780억원에 샀다. 2018년 5월 강남구 청담동 소재 빌딩을 215억원을 들여 매입했고, 2019년 5월엔 경기 양평군 1594㎡(약 482평)짜리 토지와 토지에 딸린 단독주택을 16억5000만원에 샀다. 같은달 경기 화성시 소재 1만5495㎡(약 4687평) 토지와 물류창고 2동 등을 93억원에 매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