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현지 시각)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만난 IT(정보기술)·벤처투자 업계 전문가들은 CES 2020에 대해 "점차 업(業)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모빌리티(이동수단)가 TV·가전을 밀어내고 중심에 올라섰다"고 평했다.

20여년간 CES를 참관했다는 오치영 지란지교 대표는 "(테크기업의 사업 영역이) 가전에서 자동차, 그리고 스마트시티로, (자동차 기업의 사업 영역은) 내연기관이 전기로 바뀌는 등 점점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며 "시간이 지나면 실제와 가상의 경계 역시 무너질 것 같다"고 했다. 이어 "3D(3차원) TV는 현재 흔적도 없이 사라지지 않았느냐"면서 "매년 인기 품목보다는 전체적 흐름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네이버 대표를 지낸 김상헌 프라이머 파트너는 "일상생활에서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경계가 완전히 없어지고,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제품과 서비스 역시 많이 등장했다"고 했다. 이어 "특히 눈여겨본 것은 헬스케어 분야의 슬립테크(Sleep tech)"라며 "기술이 잠자는 영역까지 들어와 정밀하게 개선하는 것이 인상적"이라고 했다. 실리콘밸리 벤처투자자인 음재훈 전 트랜스링크캐피털 대표는 "올해 CES에선 모빌리티가 확실히 중심이었다"면서 "자동차 기업 전시장인 노스홀(North hall)을 넘어 가전업체들의 메인 전시장인 센트럴홀(Central hall)까지 자동차가 밀고 들어온 것은 올해 처음 보는 현상"이라고 했다. LG전자와 소니는 올해 전시장에서 자동차를 선보였다.

세마트랜스링크인베스트먼트 김범수 파트너는 "CES는 상용화 가능성보다는 영감(靈感)을 얻는 곳"이라며 "각 기업이 바라보는 미래상, 과연 삼성이나 소니가 그리는 미래가 어떤 모습인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엔비디아 한국지사장을 지낸 이용덕 드림앤퓨쳐랩스 대표는 "지금 세상이 어떻게 변하고 있고, 정부의 역할은 과연 무엇이어야 하는지, 정부 관계자들이 꼭 CES에 와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