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카카오에게도 조작 방지 의무 부과한 '실검법'
업계 "부정한 목적을 어떻게 판단… 표현의 자유 억압"
"자의적인 기준으로 권한 남용, 위헌 소지" 지적도
국회는 "더이상 자율에 맡길 수 없다… 당연한 의무"

여·야가 댓글과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실검) 조작을 막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합의한 것과 관련, 인터넷 업계가 "과도한 개입"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개정안이 조작한 이용자를 처벌하는 규정뿐만 아니라 사업자에게도 조작을 방지하도록 의무를 지우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소관 상임위 통과가 유력한 상황이지만 업계를 중심으로 위헌이라는 지적도 제기 돼 최종 법제화까지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원회 위원들이 소위원회에서 개정안을 심의하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지난달 27일, 30일 두 차례에 걸쳐 법안소위인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2소위)를 열고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일부 합의했다.

합의된 내용에 따르면 △이용자는 부당한 목적으로 매크로를 이용, 서비스를 조작해선 안 되고 △누구든지 이를 어길시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또 △사업자는 서비스가 이용자들로부터 조작되지 않도록 기술·관리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최종 의결은 현재 장석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차관이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전시회 ‘CES 2020’에 참석한 관계로 이르면 다음주 쯤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실검법’이라고도 불리는 이 개정안은 당초 2년 전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이 계기가 돼 발의됐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을 중심으로 잇따라 법안이 나왔고 ‘조국 사태’ 이후로도 추가 발의 돼 17개 개정안이 올라왔다. 포털을 창구로 한 일부 악의적인 매크로 이용자들 때문에 여론이 왜곡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지만 각 법안마다 어떻게 규제할 것인가에 대해 세부적인 차이가 있었다. 이에 20대 국회 종료를 앞두고 최근 논의에 속도를 내면서 여야가 합의에 나서게 됐다.

인터넷 업계에서 반발하는 지점은 "문제의 본질은 매크로를 악용한 범법행위에 있는데 왜 피해자인 사업자에게 책임을 묻느냐"는 것이다. 17개 법안 중 일부에서 주장했던 벌칙 조항(사업자에게 과태료 부과)은 합의안에서 빠졌다. 그럼에도 여전히 사업자가 조작 행위를 통제해야 한다는 의무는 법안에 남아있어 사적 검열을 조장한다는 게 업계의 논리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지난 3일 성명서를 내고 "‘부정한 목적’이라는 행위자의 의사에 대한 판단을 사법기관도 아닌 서비스 제공자에게 전가하는 것"이라며 "이는 결국 (이용자에 대한) 감시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어서 광범위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억압을 가져올 것"이라고 밝혔다.

인터넷 관련 시민단체인 ‘오픈넷’도 지난 8일 논평을 통해 "‘부당한 목적’, ‘서비스 조작’이라는 모호한 개념을 법안에 담아 판단자의 자의적인 기준에 따라 (권한이) 남용될 위험이 크다"며 "이는 헌법상 명확성 원칙에 위반되는 위헌적인 법안"이라고 밝혔다. 또 사업자의 관리·감독 의무를 명시한 데 대해선 "추상적이고도 세세한 조치 의무를 과도하게 부과하고 있어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이용자들의 자유로운 서비스 이용 환경을 보장할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며 "서비스와 이용자들의 행태를 상시적으로 감시, 검열하게 함으로써 일반 국민들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일러스트=이철원

그러나 과방위 위원들은 "더이상 포털의 자율에 맡길 수 없다"는 입장이다. 소위에서 송희경 한국당 의원은 "(구글 등) 해외 사이트를 보면 기술적·관리적 조치를 해서 또다른 피해를 만들지 않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며 "그런데 (국내) 포털은 맡겨놨더니 자율적으로 못 한다는 게 답이지 않느냐"고 했다. 박대출 한국당 의원은 네이버를 콕 찝어 "자율적인 장치를 두는 것을 거부하고, 여론 조작 공장이라는 오명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며 "불건전한 여론을 형성하면서까지 자체적인 영향력을 조금이라도 더 유지하려고 발버둥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장석영 차관도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이런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은 당연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인터넷 업체들은 자체적으로 자정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방치하는 것처럼 몰아가는 것은 억울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 모두 특정 아이디나 IP에서 반복적으로 실검 띄우기나 댓글 추천을 하는 등 의심 행위가 감지되면 기술적으로 차단하고 있고, 기계가 개입되는지 여부를 단속하고 있다.

또 네이버는 실검을 메인이 아닌 페이지를 몇 차례 넘겨야 볼 수 있도록 바꿨고 작년 하반기부터 연령대, 선호 분야에 따른 다양한 형식의 실검을 제공하고 있다. 카카오는 인물 관련 연관검색어와 자동완성기능을 폐지했고 오는 2월에는 실검을 아예 없앨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