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나스닥 상장 유력"
쿠팡 "상장 시기나 지역 정해지지 않아"

전자상거래 업체 쿠팡 상장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번에는 쿠팡이 2021년 상장을 검토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업계는 쿠팡의 미국 나스닥 상장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다만, 쿠팡 측은 "적절한 때가 되면 기업공개를 준비하겠지만, 시기나 지역은 정해진바 없다"고 설명했다.

쿠팡 창업자인 김범석 대표

블룸버그통신은 9일(현지시각) 내부 사정에 밝은 관계자를 인용해 "쿠팡이 2021년 기업공개(IPO)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쿠팡의 기업 가치를 2018년 말 기준 90억달러(약 10조4517억원)라고 전하며 "쿠팡이 내년 상장을 위해 이미 세금구조 개편 작업에 착수했다"고 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쿠팡은 2500만이 넘는 앱 다운로드 횟수를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거래금액(GMV)은 100억달러를 넘겼다.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보다 60% 성장한 것으로 파악된다. 2018년 매출액이 4조4000억원대였음을 감안하면 7조원 이상의 매출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증권가에서는 미국 시장 상장이 유력하다고 보면서도 위워크 사례를 감안하면 쿠팡이 상장을 위해서는 수익 모델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위워크는 지난해 8월 상장계획을 발표했지만, 기업 지배구조와 수익성 등에 대한 투자자들의 의구심이 커지면서 기업공개를 예정대로 하지 못했다.

유승우 SK증권 연구원은 "쿠팡에 대한 구체적인 상장 계획이 밝혀진 것은 없지만, 상장 요건을 고려할 때 쿠팡이 한국보다는 미국의 나스닥 시장과 같은 해외 증시에 상장하는 게 유력해 보인다"며 "폭발적 성장성과 동시에 이익 가시성을 높여 투자자들을 설득하기 위해 쿠팡이 풀필먼트 서비스 개시를 앞당길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풀필먼트는 판매 상품 적재부터 주문에 맞춰 포장, 출하, 배송까지 모든 과정을 일괄 처리, 관리해주는 모델이다. 아마존도 입점 판매자의 판매상품 적재부터 주문, 출하, 배송, 재고 관리까지 모두 대행해주는 풀필먼트센터(FBA)를 운영해 수익을 얻고 있다. 쿠팡은 현재 물류센터 관리부문 자회사인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가 물류센터 역할을 하며 로켓배송 물량을 소화하고 있다. 판매자의 제품을 가지고 있지 않고 직매입 상품으로 운영한다.

쿠팡은 전국 주요 지역에 풀필먼트 물류센터를 확대할 계획이다. 고양에 13만㎡ 규모의 초대형 물류센터를 완공한 데 이어, 대구에 33만㎡ 규모의 물류센터를 짓기 위한 공사를 하고 있다. 이외 인천, 덕평, 동탄 등에도 102개의 물류거점을 두고 있다. 모두 합치면 축구장 193개 규모다.

쿠팡이 글로벌 재무 전문가를 연달아 영입하고 있는 것도 나스닥 상장설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하지만 회사 측은 인재 영입은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것이지 상장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왼쪽부터 쿠팡의 HL 로저스 경영관리총괄 수석부사장, 제이 조르겐센 최고법률책임자 겸 최고윤리경영책임자(CCO), 케빈 워시 쿠팡LLC 이사회 멤버, 마이클 파커 최고회계책임자(CAO), 알베르토 포나로 최고재무관리자(CFO).

쿠팡은 지난 9일 HL 로저스 전 밀리콤 부사장을 경영관리총괄 수석부사장으로 영입했다고 밝혔다. 그는 국제 로펌 시들리 오스틴에서 파트너, 글로벌 통신 기업 밀리콤에서 부사장으로 근무한 바 있다.

회사는 지난해 3월에는 월마트 부사장을 지낸 제이 조르겐센을 최고법률책임자 겸 최고윤리경영책임자(CCO)로, 10월에는 케빈 워시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사를 쿠팡의 지주사인 쿠팡LLC 이사회 멤버로 선임했다. 케빈 워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RB) 의장 후보로도 거론된 바 있는 거물급 인사다. 작년 11월에는 나이키와 월마트를 거친 재무 전문가 마이클 파커를 최고회계책임자(CAO)로 영입했으며 12월에는 한국, 미국, 유럽 회사에서 CFO로 활동한 25년 경력의 알베르토 포나로를 신임 최고재무관리자(CFO)를 영입했다.

쿠팡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비전펀드로부터 2015년과 2018년 두 차례에 걸쳐 총 30억 달러(3조5000억원)을 투자받았다. 다만, 소프트뱅크도 현재 적자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상장설이 계속 나오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비전펀드로부터 투자받은 금액이 올해 내 소진될 것으로 봤지만, 회사 측은 이를 부인했다.

유 연구원은 "유동성이 부족한 쿠팡이 손정의 소프트뱅크 비전펀드 회장의 회수 전략으로 상장을 검토하는 것인지, 아니면 단순 자금 조달을 위해 상장을 검토하는 것인지는 아직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쿠팡은 2013년 창업 후 2018년까지 쌓인 적자만 3조원가량이다. 지난해 실적이 더해지면 적자규모는 더욱 커진다. 쿠팡은 2018년 8월에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경영 개선 요구를 받기도 했다. 적자 규모가 너무 커 소비자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것이다.

쿠팡은 적자 상황에서도 외부 투자를 받으면서 공격적인 투자와 확장을 이어오고 있다.
쿠팡 관계자는 "로켓배송 물류 인프라와 기술 성장 등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것"이라며 "당장 적자를 냈다고 회사가 어려운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