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불충전금 규모 1조5000억원으로 늘어
업계는 충전금 운용해 수익내는 상품 출시
카카오페이가 이달 중에 고객이 맡긴 선불충전금을 증권 계좌에 예탁해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세계 최대 핀테크 업체인 중국의 알리페이가 운영하고 있는 온라인 머니마켓펀드(MMF) 상품인 '위어바오(余额宝)'의 한국형 버전이다. 카카오페이뿐 아니라 다른 간편결제 업체들도 비슷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어 몇 년 전 중국을 휩쓸었던 '위어바오' 열풍이 한국에서 재현될 지 관심이다.
핀테크 업체가 고객이 맡긴 선불충전금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 중인 가운데, 고객의 선불충전금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은 감감무소식이다. 카카오페이가 서비스 예정인 상품은 고객이 맡긴 충전금을 증권사에 예탁하는 방식으로 보호장치를 마련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간편결제업체는 이런 보호장치가 없다. 금융당국이 선불충전금 보호장치를 강화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준비 중이지만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어 언제 시행될 지 알 수가 없다.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9년 상반기 기준으로 간편결제·송금업체가 고객에게 받은 선불충전금 잔액은 1조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하루 평균 간편결제 서비스 이용금액은 2017년 675억원에서 2019년 상반기에 1628억원으로 빠르게 증가했다. 카카오페이나 네이버페이, 토스, NHN페이코 같은 핀테크 업체가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가입자를 늘린 영향이다.
문제는 선불충전금에 대한 관리·감독이 부실하다는 점이다. 현재 간편결제·송금업체는 충전금 대비 자기자본 비율을 20% 이상 유지하고, 은행과 같은 안전자산에 충전금의 10% 이상을 맡기기만 하면 된다. 이 규정만 지키면 선불충전금을 마음대로 쓸 수 있다. 업체들은 충전금 대부분을 은행에 쌓아두고 이자를 챙기고 있는데, 최근에는 주식이나 부동산 같은 곳에 투자한 사례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간편결제업체는 카카오페이나 네이버페이 등 일부 업체를 제외하면 영세한 곳이 많다. 정부에 등록만 하면 간편결제 사업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관련 업체만 55곳에 달한다. 이들 업체가 파산하면 고객이 맡긴 충전금을 돌려받을 길이 없다.
한국보다 앞서 간편결제 서비스가 활성화됐던 중국은 이미 이런 문제로 골머리를 앓은 바 있다. 이 때문에 중국 정부는 간편결제 선불충전금에 강도높은 규제를 시행 중이다. 중국 정부는 2019년 1월부터 알리페이 같은 간편결제 서비스에 '비부금(备付金) 100% 교부규정'을 시행 중이다. 비부금은 지불준비금을 뜻한다. 고객이 맡긴 선불충전금 전액을 인민은행에 맡기도록 한 규정이다. 업체가 파산하더라도 충전금은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다.
한국 정부도 2018년부터 간편결제 선불충전금에 대한 소비자 보호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아직 법 개정안도 내놓지 못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개정안을 구체화하고 있는 단계"라며 "곧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2019년말까지는 개정안이 나올 것으로 봤지만 계속 늦어지고 있다. 또 전자금융거래법을 개정해야 하기 때문에 개정안을 발표하더라도 실제 시행까지는 얼마의 시간이 걸릴지 예측하기 쉽지 않다. 법 개정은 짧게는 반 년에서 길면 몇 년이 걸리기도 한다.
핀테크업계에 따르면 현재 금융당국이 검토 중인 방안은 선불충전금의 일부는 안전자산에 예치하도록 하고, 일부는 지급보험에 가입하게 하는 것이다.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간편결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업계에 대한 고객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관리 방안이 빨리 나오는 게 중요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