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이하 현지 시각) 세계 최대 IT 전시회 'CES 2020'에 만들어진 LG전자 전시장에 들어서니 가정집 내부와 똑같이 꾸며놓은 대형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인공지능으로 가전제품을 서로 연결한 'LG 씽큐 존'이다. 미래 집 안의 모습은 이럴 것이라고 선보이는 전시였다. LG 씽큐 존 입구에는 집 현관 같은 철문이 버티고 있었다. 시연자가 가까이 다가가 안면을 인식하자 두꺼운 문이 활짝 열렸다. 거실에서는 로봇청소기가 분주히 움직였다. 한쪽에 놓인 세탁기와 건조기는 세탁물의 재질을 파악해 맞춤형으로 세탁하고 정보를 공유했다. 주방 한쪽엔 스마트 식물 재배기가 있다. 캡슐형 씨앗을 넣고 26일이 지나면 상추 등 채소를 따서 먹을 수 있을 만큼 자라는 '스마트 팜(farm)'이다.

올해 CES에서는 10년 내 바뀔 집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삼성전자·LG전자·하이센스·하이얼 등 가전 업체들은 전시장에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으로 연결된 스마트홈을 전시했다. 현장에서 만난 한 글로벌 전자 업체 관계자는 "앞으로 10년 내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 보여주는 장(場)"이라고 했다. IT 진보로 지금의 집 안 모습이 완전히 새롭게 바뀌는 것이다.

◇집에 오면 반겨주는 로봇 고양이

스마트홈에서는 퇴근해 집 현관 앞에 도착하면 벨을 누르거나 열쇠를 찾을 필요가 없어진다. 스마트도어가 안면 인식이나 내장된 칩셋을 통해 신원을 확인하고, 문을 자동으로 열어준다. 택배가 오면 택배 기사에게 일회용 QR코드를 보내고, 택배기사는 QR코드로 현관 바로 옆 택배 보관함을 열어 물건을 넣는다. 집 안에서 스마트도어를 바라보면 오늘 날씨와 시간, 스케줄 등 각종 정보를 표시해준다.

로봇 고양이도 “생선이 좋아” - 중국 로봇 제조사 엘리펀트 로보틱스가 선보이는 로봇 고양이 ‘마스캣’. 16개 관절용 모터가 탑재돼 실제 고양이처럼 걷거나 뛸 수 있다. ‘앉아’ ‘이리 와’ 등 스무 가지 명령어도 알아듣고 행동한다.

집 안으로 들어서면 반려동물 대신, 야구공보다 조금 큰 동그란 로봇이 졸졸 따라다닌다. 삼성전자의 지능형 동반 로봇 '볼리(Ballie)'다. 움직이는 인공지능 비서인 셈이다. 중국의 로봇 회사 엘리펀트 로보틱스는 이번 CES에서 로봇 고양이 '마스캣(MarsCat)'을 선보였다. 실제 고양이처럼 행동하고 '앉아' '이리와' 등 음성 명령 20개를 알아듣는다. 로봇 고양이는 털이 빠져 생기는 불편함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거실에서 영화를 보기 위해 초고화질 영상을 다운로드할 때도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SK텔레콤이 삼성전자와 함께 개발해 CES에서 선보인 '5G(5세대 이동통신)-8K TV'는 대용량 영상도 별도 수신 모뎀 없이 빠르게 다운로드해 화면에 띄운다. 좀 더 실감 나게 영화 등을 즐기고 싶다면 TCL의 웨어러블 글라스인 '아처리(Archery)'를 끼면 된다. TCL 관계자는 "바로 눈앞에서 대형 화면으로 영화 보는 효과를 준다"고 했다.

노트북도 폴더블 시대, 키보드가 숨었네 - 인텔이 선보인 접히는 ‘말발굽(Horseshoe Bend)’ 노트북. 키보드가 있어야 할 부분까지 폴더블 OLED 스크린을 넣었다(사진 왼쪽), 화장실에서 당황할 일 없어요 - 화장지 제조 업체 챠민의 ‘롤봇’. 화장지가 없을 때 가져다주는 로봇이다(사진 오른쪽).

노트북 모습도 바뀐다. 상단은 화면, 하단은 키보드인 형태를 벗어나 전체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인 노트북이 나오기 때문이다. 인텔은 6일 CES 미디어 콘퍼런스에서 전체가 17인치인 OLED 폴더블 노트북 콘셉트인 '말발굽(Horseshoe Bend)'을 공개했다.

◇레시피 추천하는 냉장고와 요리 로봇

냉장고 안을 들여다보며 저녁에 뭘 먹을지 고민도 줄어든다. 삼성전자의 '2020년형 패밀리허브' 냉장고는 내부 식재료 현황을 자동으로 파악하고 기호에 맞는 맞춤형 레시피를 일주일 단위로 추천한다. 식재료가 부족하면 온라인에서 추가로 구입할지도 묻는다. 로봇이 요리도 돕는다. 6일 CES 삼성전자 전시장에서는 로봇팔 모양의 '삼성봇 셰프'가 프라이팬에서 채소를 볶고 있었다. 시연자가 "봇 셰프, 난 매콤하게 해줘"라고 말하자, 로봇팔이 부엌 위 찬장을 열고 매콤한 소스를 꺼내 프라이팬에 돌돌 뿌렸다.

식사를 하며 차가운 와인이나 음료수가 필요하면 미국의 스타트업 매트릭스 인더스트리즈가 선보인 '주노 칠러(Chiller)'를 이용하면 된다. 병이나 캔째로 주노 칠러에 넣고 5분 정도 있으면 음료가 차가워진다. 열전도 기술을 이용한 제품이다.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고 휴지가 없을 경우 집 안에 있는 다른 사람을 애타게 부르지 않아도 되는 기술도 나왔다. P&G 화장실 휴지 브랜드인 '챠민'은 휴지가 떨어졌을 때 앱으로 호출하면 휴지를 가져다주는 '롤봇'을 선보였다.

스마트 쓰레기통도 있다. 타운유(Townew)는 쓰레기가 가득 차면 스스로 인지해 쓰레기봉투를 묶고, 새로운 쓰레기봉투를 자동으로 통에 씌우는 기기를 내놨다. 중요한 일을 앞두고 집중력을 높이고 싶다면 집 안에서 미국 스타트업 브레인코의 헤드밴드형 뇌파 장비를 사용하면 된다. 브레인코는 CES 미디어 콘퍼런스에서 "엘리트 운동선수들이 브레인코 장비로 집중력 높은 뇌 상태를 만들어 경기에 나간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