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보험사 사장들이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실적 악화의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나는 사장이 있는가 하면 누구는 사표를 냈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

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박윤식 한화손해보험(000370)사장이 올해 3월 정기주주총회 때 사장직에서 내려오기로 했다. 박 사장은 7년 동안 한화손보를 이끌었지만, 최근 금융감독원의 경영실태평가에서 한화손보가 경영관리 대상에 편입되는 등 경영 상황이 악화되자 책임을 지고 물러나기로 한 것이다.

지난해 1~3분기 한화손보 당기순이익은 155억원으로 전년대비 8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실적이 악화되며 작년 초 6000원 부근이었던 주가는 최근 2700원대로 50% 이상 하락했다.

최영무(왼쪽) 삼성화재 사장과 박윤식 한화손해보험 사장.

삼성화재도 최근 최영무 사장의 사의설이 돌았다. 최 사장이 실적악화에 책임을 지겠다며 작년 말 사표를 냈다는 소문이 보험업계에 퍼졌다. 삼성에서는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지만 이런 소문이 돌 정도로 삼성화재도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삼성화재는 지난해 삼성그룹 계열사 경영실적 평가에서 B등급을 받았다. 금융계열사 중에서는 유일하다. 생명·증권·운용은 A등급을 받았고 카드도 A등급이 예상된다. 삼성그룹 계열사는 A, B, C 3단계의 등급으로 평가를 받는데 B등급을 받으면 임원 승진폭이 제한되고, 임직원의 성과급도 깎이는 등 여러 불이익이 따른다. 이 때문에 최 사장이 책임을 지겠다는 소문까지 돈 것이다.

아직 4분기 실적이 집계되기 전이지만 삼성화재의 지난해 실적은 좋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6660억원으로 2018년보다 3400억원 정도 감소할 전망이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100% 수준까지 치솟으면서 실적에 부담을 줬고, 한 때 체급이 다르다고 신경쓰지 않았던 메리츠화재와 인(人)보험 시장 대결을 벌이며 1등 손해보험사로서 체면을 구겼다.

업계에서는 최 사장이 남은 임기를 채울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화재만 실적이 나쁜 게 아니라 업황 전체가 망가진 상황이라 특별히 최 사장에게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2018년 3월 취임한 최 사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한 손보업계 관계자는 "계열사 평가는 순익 같은 실적지표에 근거해서 내리기 때문에 좋지 않은 평가를 받은 건 맞지만 전체 업황이 좋지 않기 때문에 작년의 실적을 가지고 최 사장에게 책임을 묻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그룹 전반의 지배구조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것도 변수다. 이재용 삼성전자(005930)부회장에 대한 재판이 아직 진행 중인 가운데 삼성그룹 사장단 인사도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최 사장의 임기가 1년 정도 남았기 때문에 일단은 계속 지휘봉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