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퐁과 아기상어가 세계시장에서 인기를 얻은 게 우연은 절대로 아닙니다. 아기들이 지식을 노래로 배운다는 점에 착안한 뒤 철저한 전략과 전술로 만들어 낸 성과입니다."

김민석 스마트스터디 대표가 지난달 26일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여우 캐릭터 핑크퐁과 아기상어 인형을 들고 웃고 있다. 핑크퐁과 아기상어가 들어간 스마트스터디의 콘텐츠는 총 150억회 재생됐다.

지난 12월 26일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만난 캐릭터·콘텐츠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 스마트스터디의 김민석 대표는 성공 비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핑크퐁은 이 회사가 만든 분홍 여우 모양의 캐릭터이고, 아기상어는 노란색 상어 캐릭터다. 현재 핑크퐁과 아기상어는 전 세계 0~3세 아기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캐릭터다. 작년 스마트스터디의 핑크퐁·아기상어 등 콘텐츠는 총 150억회 재생됐다. 유튜브에서만 95억회, TV·음원 등에서 55억회 이상 나갔다. 작년 방탄소년단(BTS)의 유튜브 조회 수가 약 41억회다. 이뿐만 아니다. 작년 10월부터 미국에서 시작한 '베이비 샤크(아기상어) 라이브' 뮤지컬 투어는 이미 보스턴·새너제이·필라델피아 등 33개 도시에서 9만명의 관람객을 끌어모았다. 올해도 뉴욕·워싱턴DC·LA 등 75개 도시에서 추가로 공연한다.

스마트스터디는 한국에서 가장 유력한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 후보로 꼽힌다. 실적도 좋다. 작년 매출 1000억원, 영업이익 250억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추산된다. 이 중 해외 매출이 720억원에 달할 정도다. 명실상부한 글로벌 스타트업이다.

◇노래와 캐릭터로 글로벌 집중포화

스마트스터디는 2010년 6월 김민석 대표가 창업했다. 김 대표는 넥슨·NHN을 거친 개발자 출신이다. 하지만 그는 유아·어린이용 출판사 삼성출판사의 3세로 더 유명하다. 그는 2008년부터 2년간 삼성출판사의 신사업 담당으로 일하기도 했다. 넥슨과 NHN을 거치며 경험한 게임 업계 노하우를 출판업에 접목시키기 위해서였다. 당시 김 대표는 "황무지에 온 것 같았다"고 했다. 그만큼 고쳐야 할 부분이 많았다는 의미다. 이에 김 대표는 게임 업계 동료들을 불러 스마트스터디를 새로 만들었다. 시작은 삼성출판사의 콘텐츠를 활용한 모바일용 앱이었다. 하지만 사업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재미없는 책을 모바일에 적합한 콘텐츠로 만드는 것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류현진도 아기상어 - 지난해 9월 한 파티에서 류현진(가운데) 선수가 트레이너·통역과 함께 아기상어 분장을 하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김 대표가 선택한 수단은 노래와 캐릭터였다. 그는 "세상의 모든 0~3세 아기들은 숫자, 문자 같은 지식을 노래로 배운다"며 "재미를 잡으면서도 아이들에게 유익함까지 줄 수 있는 수단이 노래"라고 말했다. 미국·한국·일본·중국 할 것 없이 노래로 ABCD를 배우고, 1234를 배운다.

여기에 핑크퐁이라는 캐릭터를 모든 노래·동영상 등에 집중적으로 노출했다. 내용과 무관하게 4200여편의 노래·동영상의 도입부에 '핑크퐁'이라는 단어가 들리거나, 약 10초가량 캐릭터가 등장해 재롱을 피우는 장면이 나온다.

내부 반발도 있었다. 예를 들어 물속이 배경인 인어공주 동영상에 분홍 여우가 뜬금없이 등장하면 개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김 대표는 "정 어색하면 시작하자마자 넣었다"고 했다. 그는 "아기들은 아무리 재밌는 스토리라도 1분이 넘어가면 이해하지 못한다"며 "그럴 바에는 짧은 노래에 무조건 핑크퐁을 많이 보여주고, 아이들이 친숙하게 느끼게 하자는 의도였다"고 말했다.

미국, 동남아, 영국 등을 강타한 아기상어(baby shark)도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 해외에 구전처럼 내려오는 동요 '아기상어'에 노란색 상어 캐릭터들을 등장시킨 동영상을 제작해 2015년 11월 처음 선보였다. 현재 아기 상어가 나오는 콘텐츠만 300종이 넘는다. 지원 언어는 20여개다. 영어·한국어·일본어·중국어는 물론이고 미국 원주민인 나바호 부족 언어인 나바호어까지 지원한다.

◇유튜브 넘어 오프라인으로

유니콘을 향해 달려가는 스마트스터디의 올해 전략은 '유튜브를 넘어서(beyond Youtube)'다. 작년 100억건에 가까운 유튜브 조회 수를 기록했지만,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적다. 김 대표는 "인기에 비해서 여전히 매출이 적다"며 "핑크퐁과 아기상어가 계속 살아남기 위해서는 짧은 유튜브를 넘어 영화, 애니메이션 등으로 확산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세계 최대의 어린이용 엔터테인먼트 제작사·방송사인 니켈러디언과 손잡고 아기상어를 TV 시리즈물로 만들고 있다. 2021년부터 미국에서 방영하는 것이 목표다. 이와 별개로 미국에서는 순회공연을 하고, 동남아에서는 애니메이션 영화로 제작해 방영할 계획이다.

핑크퐁·아기상어 관련 캐릭터 상품도 나온다. 세계 최대 시리얼 업체인 켈로그는 아기상어 시리얼을 출시했었다. 김 대표는 "현재 우리 캐릭터를 활용한 상품만 2500여종이 판매되고 있다"며 "앞으로는 해외 업체들과 손잡고 핑크퐁, 아기상어 상품을 글로벌 시장에서도 대거 판매하겠다"고 말했다. 미키마우스·겨울왕국 같은 캐릭터를 활용해 전 세계 유통 시장을 장악한 디즈니 같은 기업이 되겠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교육 사업도 확장한다. 김 대표는 "핑크퐁 캐릭터가 있는 교재, 교구를 매월 집으로 배송해주는 구독형 교육 서비스를 한국과 중국에서 출시한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와 함께 공부하는 것을 선호한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