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9일 중국 베이징의 한 아파트 단지에 있는 반려동물 호텔 '더블루이'. 1층에 있는 방 10개는 개와 고양이 손님으로 만원이었다. 4번 방에 있는 사모예드는 주인이 출장 가면서 1주일 넘게 이 호텔에 머물고 있었다. 1층 방 1박 요금은 369위안(약 6만1000원). 공간이 더 넓고 낮에 햇빛이 드는 2층 방은 1박 요금이 우리 돈 10만원에 이른다. 방에는 카메라가 달려 있어 주인이 수시로 스마트폰으로 반려견(犬)과 반려묘(猫)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식사는 수입 사료로 구성한 기본 식단 외에 신선 고기와 해산물, 채소 요리를 더할 수 있다. 소고기 완자는 50g에 15위안, 껍질 벗긴 새우는 50g에 25위안이다. 호텔에는 스파와 미용, 스케일링 등을 하는 공간도 있다. 호텔 직원 위에위에씨는 "새해 1월 춘제(春節·중국의 설) 연휴 기간에 반려견이나 반려묘를 호텔에 맡기려는 예약이 벌써 꽉 찼다"고 했다.
중국에서 개나 고양이와 함께 사는 가정이 늘면서 펫코노미(petconomy·반려동물을 뜻하는 '펫'과 경제를 뜻하는 '이코노미'의 합성어)가 호황이다. 입히고 먹이고 재우는 기본 의식주부터 미용, 건강관리, 보험, 스마트 기기 등 반려동물 관련 시장이 해마다 급성장하고 있다. 특히 혼자 사는 사람이 늘고 아이를 적게 낳는 흐름 속에서 반려동물을 위한 씀씀이는 더 커지는 추세다.
◇독신 증가, 저출산으로 반려동물에 돈 펑펑
중국에선 1994년 이전만 해도 반려동물 소유가 금지됐다. 반려동물을 부르주아의 사치품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후 인식이 차차 바뀌면서 중국은 반려동물 대국으로 탈바꿈했다.
중국에 반려동물이 얼마나 많은지는 집계 기관마다 수치가 다르다. 중국 반려동물 온라인 커뮤니티 거우민왕(狗民網)이 지난 9월 발간한 '2019년 중국 반려동물 산업 백서'에 따르면, 중국의 반려견·반려묘는 2018년보다 8.4% 증가한 9915만마리로 집계됐다. 반려견이 5503만마리, 반려묘가 4412만마리다. 영국 시장조사 기관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은 2018년 중국 반려견·반려묘가 1억8800만마리로, 미국을 넘어 세계 최대 반려동물 국가로 올라섰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대다수 도시에서 반려동물을 국가에 등록한 비율이 약 30%에 불과하기 때문에 실제 반려동물 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중국에서 반려동물이 급증한 것은 인구 구조 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혼자 사는 가구가 늘고 출산율이 낮아지면서 개나 고양이와 함께 사는 사람이 늘었다. 거우민왕 조사에서 개나 고양이를 키우는 반려동물 부양인 6120만명 중 32.5%가 독신이다. '한 자녀 정책' 때문에 중국 역사상 가장 외로운 세대로 자란 젊은 층이 도시에서 혼자 생활하면서 반려동물을 들이는 경우가 많다. 아이를 낳지 않고 반려동물과 사는 부부도 늘고 있다. 중국은 2015년 한 자녀 정책을 폐지하고 두 자녀를 허용했지만, 작년 출생자는 1523만명으로 1961년 이래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소득수준과 생활수준이 높아진 중국인들은 반려동물에게 좋은 음식을 먹이고 예쁜 옷을 입히고 값비싼 장난감을 사주는 데 아낌없이 돈을 쓴다. 젊은 층에선 반려동물을 가족이라 생각하기를 넘어 자신과 동일시하는 경향도 두드러진다. 거우민왕은 올해 중국 반려견·반려묘 관련 소비 규모가 2024억위안(약 33조58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8.5% 증가했다고 밝혔다. 소득이 늘고 소비력이 커지면서 반려동물을 위해 쓰는 지출도 늘었다. 작년 중국의 1인당 가처분소득이 2만8228위안(약 468만원)임을 감안하면, 반려동물 한 마리당 연간 평균 지출액 5561위안(약 93만원)은 적은 금액이 아니다.
◇부와 지위 상징… 사료·미용·보험 시장 급성장
작년 11월 11일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의 연중 최대 쇼핑 축제인 솽스이(雙十一·쌍11)에서 많이 팔린 수입품 중 하나는 반려동물 사료였다. 이날 개 사료 1만8000t, 고양이 사료 1만4000t이 팔렸다.
중국 반려동물 산업에서 가장 규모가 큰 것이 사료 시장이다. 시장조사 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2018년 중국 반려동물 사료 시장 규모는 934억위안(약 15조5000억원)으로, 전체 반려동물 산업의 3분의 1을 차지했다. 지난해에는 시장 규모가 1164억위안으로 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반려동물 시장의 폭발적 잠재력에 마스, 네슬레, P&G 같은 외국 식품 대기업들이 중국 시장으로 몰려갔다. 일반 사료는 이제 중국 소비자에게 잘 통하지 않는다. 첨가물이나 화학물질을 넣지 않고 건강에 좋은 성분을 강조한 프리미엄 사료 제품의 인기가 높다.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은 최근 낸 보고서에서 마스의 반려동물 사료 브랜드 로열캐닌을 중국 소비자가 가장 신뢰하는 프리미엄 개 사료 브랜드로 꼽았다. 재료의 품질관리를 엄격히 하고 연령대와 견종에 따라 다양한 제품군을 판매하는 게 선호 요인으로 꼽혔다.
중국에서 반려동물은 부와 사회적 지위의 상징이기도 하다. 중국 부자들은 골든레트리버, 시베리안 허스키와 같은 순혈종을 특히 선호한다. 몇 년 전 한 부동산 개발업자가 티베트가 원산지인 몸무게 90㎏짜리 티베탄 마스티프를 1200만위안(약 20억원)에 사기도 했다. 이들은 반려동물을 미용실에 데려가 머리 손질과 염색을 시키고 마사지도 받게 하면서 관리한다. 몸에는 명품 패션 브랜드의 옷과 액세서리를 걸쳐준다.
부자들이 키우는 반려동물은 서민이 접하기 어려운 호사를 누리기도 한다. 최고급 호텔과 레스토랑이 반려동물 전용 서비스에 잇따라 뛰어드는 이유다. 홍콩 침사추이의 고급 호텔 로즈우드홍콩은 주인과 함께 오는 반려동물 손님에게 투숙객과 같은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호텔에 묵는 개는 전용 호화 침대에서 잠자고 호텔 셰프가 제철 재료로 만든 특별 메뉴를 먹는다.
반려동물의 건강을 챙기는 사람이 늘면서 보험, 건강관리, 장례식 분야도 규모가 날로 커지고 있다. 1년에 보험료로 300~500위안 정도를 내면 최대 1만5000위안 상당의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보험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