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해 동안 코스피지수는 7.7% 올랐다. 미국 뉴욕 증시의 3대 지수인 다우·S&P500·나스닥이 각각 22%, 29%, 35%씩 급등했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가 22%, 일본 닛케이지수가 18% 오른 것에 비해 다소 아쉬운 성적이다. 그나마 12월 초순까지 2100선을 밑돌던 코스피가 연말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 1단계 합의 덕분에 2200선 근처까지 오른 것이 위안거리다. 올해는 어떨까? 전문가들은 올해 코스피가 상승세를 이어갈지 여부가 F(Fundamental·기초체력), T(Trade Deal·무역 합의), I(IT·정보기술)에 달렸다고 입을 모은다.

◇경기 회복세…기업 이익도 바닥 쳤다

펀더멘털은 넓은 의미에서 국가 경제 전체적인 기초 체력을 뜻하기도 하고, 좁은 의미로 기업들의 실적을 가리키기도 한다.

경제 전체의 흐름(경기)이나 기업 실적의 개선이 전제돼야 코스피 강세가 가능한 것이다. 우선 경기 측면에서는 회복의 신호가 일부분 보인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경기선행지수(CLI)가 29개월 만에 반등한 것을 근거로 "세계 경기 회복 사이클이 저점을 통과해 회복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CLI는 OECD가 제조업 경기전망지수, 장·단기 금리 차 등을 바탕으로 4~8개월 뒤 경기 흐름을 예측하는 지표다. 2017년 6월부터 하락했던 한국 CLI는 지난해 10월 98.88로 전달보다 0.03포인트 오르면서 내림세를 마감했다. 한국뿐 아니라 국제 CLI도 같이 반등했다. OECD 전체 CLI는 99.12로 전달보다 0.01포인트 올라 22개월 만에 반등했다.

그래픽=양진경

경기 회복세에 힘입어 기업들의 이익도 회복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3곳 이상의 실적 전망치가 있는 유가증권(코스피) 상장사 201곳의 2019년 영업이익 추정치는 128조187억원으로 2018년(179조6898억원)보다 28.7%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그런데 올해에는 코스피 상장사의 이익이 지난해보다 27.5% 늘어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미·중 무역 분쟁 2단계 합의는 불확실

지난해 말 두 나라가 1단계 합의에 이르기까지 미·중 무역 분쟁은 1년 반 동안 코스피를 짓눌렀던 악재(惡材)였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2단계 무역 합의로 쏠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1일(현지 시각) 자신의 트위터에 "(무역 합의 1단계) 서명 행사는 오는 15일 백악관에서 열린다"면서 "나는 나중에 2단계 회담이 시작되는 베이징으로 갈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2단계 협상에 대한 구체적인 일정 등은 밝히지 않았다. 현재 시장에서는 무역 분쟁 해결에 대한 낙관론이 우세한 편이지만,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미국은 2단계 협상에서 중국 정부가 기업에 주는 보조금과 지식재산권 보호 등을 의제로 삼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단계가 거듭될수록 합의에 이르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반도체 수출은 회복세… 5G 투자 늘면서 코스피에 긍정적

국내 시가총액 1~3위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삼성전자우(우선주)는 코스피 시가총액의 30%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한다. 이 때문에 반도체 업황이 얼마나 회복되는지가 코스피의 방향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12월 한국 반도체 수출액은 72억81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7.7% 감소했다"면서도 "여전히 부진한 수준이지만 지난해 5~11월 한국 반도체 수출액의 전년 대비 감소율이 30%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바닥에서 벗어나는 추세가 나온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부문에서 5G(5세대 이동통신) 상용화 국가가 늘어남에 따라 통신용 칩에 탑재되는 반도체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것도 반도체 업황 회복에는 긍정적인 요소다.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는 지난해 20여국 40여 개 통신사가 5G 서비스를 제공했지만, 올해는 50국 176개 통신사로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