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들이 새해 사업계획과 주택 분양일정을 준비하느라 분주한 가운데, 분양시장의 개장 시기가 예상보다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청약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3일 건설업계와 한국감정원 등에 따르면 주요 건설사들은 올해 마수걸이 분양을 고심해서 준비 중이지만, 실제 분양시기를 좀처럼 가늠하지 못하고 있다. 오는 2월부터 주택 청약 업무가 금융결제원에서 한국감정원으로 이관될 예정인데, 관련 법이 처리되지 못한 상태기 때문이다.

금융결제원은 지난해 말 신규 청약 모집공고를 마감했다. 접수한 분양건은 2020년 1월 중순까지 청약 절차를 진행한다. 당첨자 발표나 경쟁률 정보 등 나머지 업무는 1월 말까지 마무리가 된다.

청약 업무는 애초 지난해 10월 이관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부처간 청약과 관련 정보체계를 공유하는 작업 등이 지연되면서 일정이 밀렸다. 이 과정에서 비금융기관인 감정원이 청약통장 보유 기간이나 예금액 등 금융정보를 받는 것이 주택법을 위반하는 것이라는 문제가 불거졌다.

한국감정원 홈페이지 첫 화면

문제는 관련 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주택법 개정안은 소관위인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까지 통과했지만, 선거법 개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 등을 두고 국회가 파행을 빚으면서 현재 뒷전으로 밀린 상태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통장 보유 기간이나 금액 등 청약금융정보를 금융결제원에서 감정원에 이관하려면 주택법이 개정돼야 한다"면서 "예정대로 2월부터 감정원이 청약 업무를 하려면 늦어도 이달 초까지는 법이 개정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교통부와 부동산114 등에 따르면 2020년 전국에 분양 예정 아파트는 모두 329개 단지, 32만5879가구다. 이중 199개 단지, 약 8만4400가구가 2~3월에 분양 계획을 잡아뒀다.

건설사들은 일단 분양은 계획대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청약 업무 이관 여부를 기다리며 손을 놓고 있으면 상황이 바뀌었을 때 빠르게 분양을 준비하기 어려울 것이란 판단 때문이다.

대우건설은 2월 중순 경기 용인 '기흥역 푸르지오 포레피스'나 광명 '푸르지오 센트베르'를 새해 첫 분양지로 예정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2월 중으로 경기 부평 백운2구역 재개발사업장과 인천 '송도 더스카이', 대구 도원동 '도원 센트럴' 등 분양을 줄줄이 앞두고 있다. 이중 '송도 더스카이'는 일반 분양물량만 1205가구에 달한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시공한 서울 종로구 '힐스테이트 세운'도 오는 2~3월 중에 분양하는 것으로 잠정 결정한 상태다. SK건설은 3월 경기 부평 부개서교초 북측 재개발사업장을 마수걸이 분양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GS건설은 마수걸이 분양지로 913가구짜리 부산 수영구 '부산삼익타워' 재건축사업장을 1월에 분양하겠다고 낙점해뒀다. 청약업무가 이관되기 전에 첫 분양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새해 주요 분양단지로 주목받는 서울 동작구 흑석3구역 재개발사업장은 2월 중 분양할 계획이지만, 확정 단계는 아니다. GS건설 관계자는 "늦어도 4월 중으로는 분양에 나설 계획이지만, 아직 단지 이름 등은 미정인 상태"라고 말했다.

삼성물산은 2020년도의 주요 분양 단지들이 대부분 재건축·재개발사업장인 탓에 조합 상황이 분양 시기를 좌우할 것이라며, 새해 첫 분양 아파트를 확정하지 못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