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독수리 5형제' 불렸던 노동법 전문가
삼성전자 근로자 백혈병 분쟁조정위원장 경력
신고리 5·6호기 건설 공론화위원장 등 역임
삼성그룹이 '준법감시위원회'를 만들기로 하고, 김지형(법무법인 지평 대표변호사) 전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내정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에서 법원이 내부 준법 감시제도 확보를 주문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김지형 전 대법관은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5년 대법관에 임명되면서 김영란 전 대법관 등과 함께 '독수리 오형제'라 불리기도 했던 진보 성향 법조인이다.
삼성에 따르면 삼성은 지난해 12월 17일 삼성 주요 계열사 사장들이 모여 회의를 가진 뒤에 준법감시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했다. 이 위원회는 외부 인사 6명, 삼성 내부 인사 1명으로 구성된다. 위원장은 김지형 전 대법관이 맡는다. 나머지 5명 위원이 누구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김 전 대법관은 1958년생으로 원광대학교를 졸업했다. 지난 1979년 사법시험(21회·사법연수원 11기)에 합격한 뒤 서울지법 부장판사, 순천지원 부장판사, 특허법원 부장판사, 대법원장 비서실장 등을 거쳐 2005~2011년 대법관을 역임했다. 대법관 시절 김영란 전 대법관 등과 함께 진보성향 '독수리 오형제'로 불릴 정도로 사회적 약자 편에 선 판결을 많이 남겼다. 노동법 분야 권위자로 손꼽힌다. '노동법 해설', '근로기준법 해설' 등의 책을 쓰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와 가장 코드가 잘 맞는 로펌의 대표라는 평가도 있다.
지난 2014~2018년 삼성전자 백혈병 문제 조정위원장(가족대책위원회 추천)을 맡아 11년 동안 끌어온 백혈병 논란을 잘 마무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분쟁조정위원회의 후신(後身) 격인 지원보상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난 2017년에는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 재개를 결정한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론화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지난해에는 현대제철 안전·환경 자문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2018년 12월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컨베이어 벨트 사이에 말려들어 목숨을 잃은 고 김용균씨(당시 24세) 사고의 진상조사를 담당한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의 위원장도 역임하고 있다.
삼성그룹이 강력한 준법 감시 체계 구축에 나선 데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재판이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0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의 파기환송심에서 재판장인 정준영 부장판사는 이례적으로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기업 내부 준법 감시제도' 등 세 가지 숙제를 주문했다.
정 부장판사는 "이 사건은 삼성그룹 총수와 최고위직 임원들이 계획하고 가담한 횡령·뇌물 범죄"라며 "삼성그룹 내부에 기업 총수도 무서워할 정도의 실효적인 준법 감시 제도가 작동하고 있었다면 이 같은 범죄는 생각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달 재판에서는 "권력자로부터 (뇌물) 요구를 받더라도 응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답변을 다음 기일 전까지 제시해달라"고도 했다. 다음 재판 기일은 오는 17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