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건설 한진칼 지분 6%에서 8% 이상으로 늘려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 조원태 회장과 수 차례 회동

한진칼 4대 주주인 반도건설이 한진칼 지분을 추가로 매입해 지분율을 8~9%까지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개월 동안 한진칼 지분을 꾸준히 사들인 반도건설이 한진 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하자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기 위해 지분을 늘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타법인은 한진칼(180640)지분 0.9%(54만2998주)를 사들였다. 기타법인은 투자주체 중 금융투자사나 보험, 사모펀드 등이 아닌 일반 기업 투자자를 의미한다. 이달로 범위를 넓히면 기타법인은 2.87%에 이르는 한진칼 주식 169만9722주를 매수했다.

한진칼 주식을 대량으로 사들이는 기타법인을 두고 업계에서는 "반도건설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왔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반도건설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율이 8%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한진그룹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는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가 꾸준히 한진칼 지분을 매입해 온 것처럼, 반도건설은 KCGI의 반대쪽에 서서 지분율을 계속 끌어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기준 반도건설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율은 6.28%다.

(왼쪽부터)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현재 조원태 회장은 본인 지분 6.52%에 정석인하학원, 정석물류학술재단, 일우재단 등 비영리재단 지분 3.38%를 영향력에 두고 있다. 이 밖에 경영권을 쥐고 있기 때문에 미국 델타항공이 가진 지분 10.0%도 조원태 회장 편을 들 가능성이 높다. 조현아 전 부사장은 지분이 6.49%인데, 모친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지분율 5.31%)이 조현아 전 부사장 편에 선다면 11.79%를 확보하게 된다. 여기에 현재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은 조현민 한진칼 전무가 지분 6.47%를 갖고 있다. 강성부 사장의 KCGI는 지분 17.29%를 보유하고 있다.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세 진영의 지분율에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반도건설의 선택에 따라 경영권의 향방이 요동칠 수 있다는 게 항공업계의 관측이다.

반도건설은 지난 10월 8일 계열사 반도개발과 대호개발, 한영개발을 통해 한진칼 지분 5.06%를 확보하며 한진가와 KCGI의 지분 경쟁 구도에 처음 등장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과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연이 깊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반도건설이 한진칼 지분을 대량 매수하고 나선 것은 의외라는 평이 나왔다. 델타항공이 총수 일가의 ‘백기사’로 등장해 지분 10%를 확보하면서 지배구조 분쟁이 사실상 일단락됐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했기 때문이다.

지분율을 꾸준히 늘려온 반도건설 측은 "한진그룹 경영권에 영향을 주는 행위는 하지 않을 것"이라며 단순 투자 차원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도건설 관계자는 "추가 매수 여부를 당장 밝히기는 어렵다"며 "매수를 추가로 했더라도 역시나 투자의 일환으로 보면 된다"고 했다.

하지만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은 조원태 회장, 이명희 고문 등 한진가 사람들과 꾸준히 접촉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권 회장은 최근 조원태 회장과 여러 차례 만나 회동을 했다"고 귀띔했다. 한편 반도건설이 이명희 고문과 물밑 접촉을 하면서 연합태세를 갖추고 있다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가족 간 갈등이 반복된다면 반도건설의 권홍사 회장이 어느 쪽 손을 들어줄지 알 수 없다"는 게 여러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권홍사 회장이 ‘캐스팅보트’가 된 한진칼 지분을 무기 삼아 양쪽을 오가며 자신의 이득을 극대화하려고 노력할 것이라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