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심성 대책 지적에..."노후 SOC 보수 등 안전 예산"

2020년 국토교통부 소관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18조8000억원으로 올해(15조8000억원) 대비 18.98%(3조원) 증액됐다. 올해 국토부 소관 SOC 예산의 증가율인 4%보다 4.2배 높다. 전체 SOC 예산은 23조원으로, SOC 예산을 삭감했던 문재인 정부 초기와 달리 4대강 사업을 추진했던 2009년(24조원6000억원) 수준에 가까워지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0년 국토교통 예산·기금 주요사업 추진계획' 브리핑을 갖고 이 같은 내용의 내년 예산안 세부 사항을 설명했다. 국토부의 예산·기금안은 총지출 기준 50조1000억원으로 올해 43조2000억원보다 16.2% 늘었다. 국토부 소관 SOC 예산은 18조8000억원으로 올해(15조8000억원) 대비 18.98%(3조원) 늘었는데, 이는 2019년 국토부 소관 SOC 예산의 증가율인 4%의 4.2배 수준이다.

2020년 국토부 예산안 세부 내용

일각에서는 정부가 SOC 예산을 급증시킨 것은 기조를 바꿀만큼 경기 부진이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해석한다.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만 해도 "토건(土建)을 통한 인위적 경기부양은 안 하겠다"며 공표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성장률 2%대 사수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내년에는 재정을 투입해서라도 반드시 경기를 살려야 한다는 절박함이 두자릿수 SOC 예산 증가로 표현됐다는 분석이다.

이날 브리핑에 참석한 문성요 국토부 정책기획관은 "(SOC 예산이) 예년에 비해서는 많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과거 1970년대 이후 집중적으로 설치된 SOC가 30~40년이 지나면서 노후화됐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는 '안전' 관련 예산이 많이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이정희 국토부 재정담당관도 "지역에 선심성 예산이라고 보기보다는 노후 SOC를 보완해야 한다는 수요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철도·도로 등 중대형 SOC 유지·보수·개량에 4.8조

국토부 예산안을 항목별로 보면 일상생활에서 많이 이용하는 중대형 SOC의 사고 예방과 안전 강화에 4조8000억원이 투입된다. 도로안전 및 환경개선 사업 예산은 올해보다 883억원 늘어난 7944억원, 도로유지보수 사업에는 346억이 늘어난 6262억원이 쓰인다. 도로병목지점 개선 사업에는 137억원이 늘어난 1373억원이 투입된다.

노후 철도 시설물 개량을 위해 올해보다 4392억원을 증액한 1조2000억원을 투자한다. 열차의 원활한 운행을 위해 궤도회로, 선로전환기, 밀착검지기 등을 개량하고 터널화재에 대비해 각종 케이블을 난연화(가연성 물질을 특정 방식으로 처리해 불타지 않게 하는 것)한다. 성균관대역, 금천구청역, 군포역 등 15개 전철 승강장에 스크린도어를 설치한다.

광역급행철도(GTX) 사업과 신안산선 등 광역·도시철도사업에 올해 대비 2694억원이 증액된 9211억원을 투자해 사업 추진 속도를 높여 나갈 방침이다. GTX-A는 내년 본격적인 공사를 위해 건설보조금에 1400억원을 투자한다. GTX-C는 계획(RFP) 수립에 10억원을 투입한다.

도시재생사업과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투자도 늘린다. 생활밀착형 SOC 확충을 위해 올해 6463억원 보다 확대된 7777억원을 편성했다. 수요자 중심형 융자사업과 도시재생지원 출융자는 2020년에도 투자규모를 2423억원 증액해 사업을 확대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한옥을 복합문화 공간으로 리모델링해 협업 공간으로 임대하는 등 우수한 실적과 수요가 있었기 때문에 증액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블랙 아이스' 사고 막기 위해 자동 소금물 분사

심각성이 높아지고 있는 '블랙 아이스(도로 위 얇은 얼음층)'로 인한 추돌 사고를 막기 위해 국도 자동 염수 분사시설 설치 사업이 60억원 규모로 포함됐다. 최근 상주~영천 고속도로에서 블랙아이스로 인한 연쇄 추돌사고가 발생해 4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등 사고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블랙 아이스가 예상될 경우 도로 위 전광판 등에 사전에 예보를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고, 도로에 차량이 움직이는 방향으로 홈을 파서 우툴두툴하게 만드는 '그루빙' 작업을 할 계획이다. 세로로 홈을 팔 경우 차가 다니면서 얼음이 흘러지도록 해서 얼음이 도로에 그대로 얼어붙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블랙 아이스가 상습적으로 발생하는 구간에는 바닥에 50m 정도 열선을 까는 방법도 검토 중이라고 국토부는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블랙 아이스 취약지 현황을 조사하고 있다"면서 "내년 초까지 종합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