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이 스페인 게임 업체 플레이기가(PlayGiga)를 인수하며 글로벌 클라우드 게임 시장에 뛰어들었다.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등 글로벌 IT 공룡들이 이 분야에 먼저 진출한 가운데 페이스북까지 가세하며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페이스북, 903억에 클라우드 게임 업체 인수

20일 CNBC, 테크크런치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최근 스페인 마드리드 기반 클라우드 게임 업체 플레이기가를 7000만유로(한화 903억원)에 인수했다. 2013년 설립됐고, 인텔 ‘비주얼 클라우드 플랫폼(Visual Cloud platform)’을 사용한다. 현재 유럽 통신사들과 협력해 300개가량의 게임을 서비스하고 있다.

플레이기가 홈페이지 첫 화면.

클라우드 게임이란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을 이용해 이용자에게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차세대 게임 서비스를 말한다. 5G(5세대 이동통신) 등 지연이 거의 없는 통신망을 활용해 PC, 스마트폰, 노트북, 태블릿 등 기기 종류나 성능에 관계없이 동영상 스트리밍(재생)하듯 간편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플레이기가는 홈페이지를 통해 "우리가 새로운 길로 나간다는 사실을 발표하게 돼 흥분된다. 앞으로도 클라우드 게이밍 분야에서 우리가 할 일을 해나갈 것"이라며 "클라우드 게이밍의 마술을 즐겨달라"고 밝혔다.

페이스북은 2018년 아마존 트위치와 비슷한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 ‘페이스북 게이밍(Facebook Gaming)’를 선보이는 등 비디오 게임 시장으로 외연을 꾸준히 확장해왔다. 이번 플레이기가 인수로 클라우드 게이밍에까지 발을 담그며 이 분야에 무게를 싣는 모양새다. 페이스북은 페이스북 게이밍 트위터 공식 계정을 통해 "플레이기가의 페이스북 게이밍팀 합류를 환영한다"고 했다.

3조 시장 놓고 IT 공룡 각축… 게임 타이틀 확보 전략 필요

클라우드 게임 환경에선 게임을 설치하거나 매번 업데이트하지 않아도 되고 고사양 게임을 즐기기 위해 비싼 PC나 노트북을 살 필요도 없다. MS 엑스박스(Xbox),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등 콘솔(TV에 연결해 쓰는 가정용 게임기)이나 PC 중심으로 펼쳐졌던 기존 게임 시장의 판도를 뒤흔드는 ‘게임 체인저’로 불리는 이유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클라우드 게임 시장 규모는 지난해 3억8700만달러(약 4500억원)에서 2023년 25억달러(약 2조9000억원)로 6배가량 커질 전망이다.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는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인 '프로젝트 엑스 클라우드(Project xCloud)'를 소개하며 "이것은 게이밍의 미래"라고 밝히기도 했다.

왼쪽 사진은 스마트폰과 조이스틱을 연결해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엑스 클라우드의 레이싱 게임을 해보는 모습. 오른쪽 사진은 엔비디아의 ‘지포스 나우’에서 제공하는 액션 게임을 체험하는 모습이다.

클라우드 게임 시장에선 엔비디아가 가장 먼저 ‘지포스 나우(GeForce NOW)’란 이름으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MS는 작년 10월 한 달 9.99달러의 요금으로 엑스 클라우드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고, 구글 역시 11월부터 ‘스태디아(Stadia)’란 서비스를 같은 요금으로 시범 운영하고 있다.

다만 페이스북이 클라우드 게임 분야에서 얼마나 두각을 나타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엔비디아는 게임 처리 속도와 밀접한 그래픽 카드 기술력을 갖추고 있고, 클라우드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MS와 구글은 인프라 부문에서 강점이 있기 때문이다.

클라우드 게임 시장 경쟁이 격화하면 인프라, 솔루션 기술 못지않게 콘텐츠 싸움이 중요해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게이머들이 원하는 다양한 타이틀을 많이 보유하기 위한 전략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 교수)은 "MS, 구글 등이 게임 개발 업체를 얼마나 끌어들일 수 있는지가 핵심"이라며 "현재로선 메이저 게임사들이 굳이 클라우드 게임 플랫폼에 올라탈 이유가 없기 때문에 확실한 유인을 제공해야 이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