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청담동 청담자이 전용면적 49㎡(공급면적 21평)가 지난 18일 17억4000만원에 팔렸다. 석 달 전보다 2000만원 오른, 역대 최고가다. 같은 날 개포동 경남2차(182㎡)도 3000만원 오른 26억원에 거래됐다. 정부가 17일부터 시세 15억원 초과 아파트의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했기 때문에 이 두 아파트 매수자는 잔금 지급 시점에 대출을 못 받을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돈줄을 죄었는데도 집값이 내려가기는커녕, 더 오른 값에 거래가 된 것이다.
정부가 대출 차단, 세금 중과(重課) 등 초(超)고강도 규제를 망라한 '12·16 부동산 대책'을 내놓은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았지만 서울에서 아파트 신고가(新高價) 거래 사례가 잇따라 신고되고 있다. 대부분 대출을 받을 수 있는 15억원 이하 아파트지만, 대출이 막힌 고가 아파트도 일부 있다. 전문가들은 "규제에 대한 공포감보다 아파트 공급 부족으로 집값이 오를 것이란 심리가 더 크게 작용하는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정부 규제 안 통하는 서울 집값
19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을 보면, 강남·북 전반에서 신고가 거래가 확인된다. 동작구 본동 '래미안트윈파크' 115㎡(42평)는 지난 16일, 6월(14억원)보다 2억5000만원 오른 16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성동구 하왕십리동 센트라스(59㎡)도 같은 날, 한 달 전보다 5300만원 오른 10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한국감정원이 집계하는 서울 아파트 주간 시세도 이달 16일 기준으로 0.2% 올랐다. 지난해 9·13 대책 발표 후 최대 상승 폭이다. 목동이 있는 양천구가 0.61% 급등했으며 강남 4구(0.33%), 동작(0.27%), 강서(0.21%), 마포(0.19%), 영등포(0.19%) 등이 뒤를 이었다. 과천(0.71%), 하남(0.43%), 성남(0.35%) 등 수도권 규제 지역들도 일제히 급등했다. 감정원은 "아파트 값 추가 상승 기대감 및 매물 부족 현상 때문에 상승 폭이 확대됐다"며 "다만 16일 오후에 정부 대책이 발표됐기 때문에 이번 조사 결과에는 제대로 반영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전셋값 상승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16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도 전주보다 0.18% 올랐다. 올해 7월부터 오르기 시작해 점차 상승 폭이 커지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12·16 대책으로 1주택자가 세금 감면을 받기 위한 실거주 의무 기간이 늘어난 데다, 내년부터 아파트 입주 물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전셋값이 계속 오를 것으로 전망한다.
◇매수 문의 꾸준, 집주인은 '안 팔아'
서울 강남3구, 마용성(마포·용산·성동) 등지의 공인중개사들에 따르면, 정부 대책 발표 후 분위기는 대체로 '관망세'다. '지금 아니면 못 산다'는 조바심은 줄었지만, '지금 아니면 못 판다'는 충격도 별로 없다는 것이다. 성동구 A공인 관계자는 "대책이 워낙 강력하다 보니 전반적으로 매수 대기자들이 움츠러들긴 했지만 '호가(呼價) 떨어졌느냐'는 문의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며 "하지만 집을 급하게 팔려고 호가를 낮추는 사람은 전혀 없다"고 전했다. 마포구 B공인 관계자는 "대책 발표 당일 신축 아파트 25평 매물이 13억원에 나왔는데, 매수 문의가 몰리자 집주인이 1시간 만에 호가를 1억원 올렸다"며 "집을 사겠다는 사람은 많은데 매물이 없어서 거래가 안 되는 분위기는 여전하다"고 말했다.
이번 대책이 다주택자나 현금 부자들만 배불릴 것이란 우려가 현실화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주현 월천재테크 대표는 "대출받아서 집을 사야 하는 실수요자와 달리, 다주택자는 어차피 대출이 안 됐기 때문에 이번 대책에 타격이 전혀 없다"며 "전셋값이 오르고 있기 때문에 다주택자나 현금 부자들에게는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개포 아너힐즈' 보류지 입찰에 촉각
이런 가운데 20일 진행되는 개포동 '디에이치 아너힐즈' 보류지 입찰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보류지란 사업 과정에서 생길 소송이나 우발 비용에 대비하기 위해 분양하지 않고 입주 때까지 남겨두는 물량이다. 30평대 최저 입찰가가 27억원으로, 분양가(14억5000만원)의 두 배에 가까우며, 시세보다 좀 비싸게 5가구가 나왔다. 부동산 업계는 최근 강남 신축 대단지 아파트 인기에 편승해 비싼 값에 낙찰될 것으로 전망했지만 대출이 아예 불가능해지면서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낙찰을 받으면 내년 2월까지 집값을 전액 내야 하고, 출처 조사까지 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보류지 입찰에 사람이 몰린다면 수요만 옥죄는 정책의 한계를 보여주는 방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