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가 예상치 못한 ‘노조 리스크’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노조가 올해 임금과 단체협상 잠정합의안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한데 이어 부분파업까지 벌이면서 간신히 잡은 실적 개선 기회를 놓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기아차 노조는 지난 18일부터 사측에 추가 임금 인상안을 내놓으라고 요구하며 주간조와 야간조가 2시간씩 근무시간을 줄이는 부분파업을 시작했다. 19일에는 주·야간조가 각각 4시간씩 부분파업을 진행했다.

기아차 소하리공장에서 올해 임단협 승리를 위한 결의 구호를 외치는 기아차 노조 조합원들

노조는 임금 인상 요구가 수용되지 않을 경우 파업시간을 늘리겠다며 회사에 으름장을 놨다.

기아차 노사는 앞서 지난 10일 ‘2019년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기본급 4만원 인상과 성과급과 격려금을 150%+320만원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생산라인 근무자의 라인수당을 인상하고 고용 안정을 위한 미래발전위원회를 운영한다는 내용도 합의안에 포함됐다.

그러나 이 합의안은 이후 노조의 찬반투표에서 부결됐다. 13일 진행된 찬반투표에서 절반이 넘는 기아차 노조 조합원들은 잠정합의안에 반대표를 던졌다. 기아차 관계자에 따르면 상당수 조합원들은 새로 출범한 집행부가 성급하게 합의안을 마련해 임금 인상 폭이 기대에 못 미쳤다며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기아차 노조의 파업이 장기화 될 조짐을 보이면서 최근 신차를 앞세워 실적을 반등시키려던 기아차의 계획이 차질을 빚게 됐다는 점이다. 특히 기아차는 최근 선보인 신형 K5가 노조의 ‘몽니’로 신차효과를 제대로 누리지 못할까 긴장하는 분위기다.

기아차는 지난 12일 중형세단 K5의 3세대 신형모델을 출시했다. 4년만에 완전변경된 신형 K5는 스포츠 세단을 연상케 하는 화려한 외관 디자인을 앞세워 국내 소비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여기에 기아차 최초로 자동 공기청정시스템과 음성인식 제어기술이 탑재되는 등 여러 첨단 안전·편의사양도 적용됐다.

12일 미디어 시승행사에서 자유로를 질주하는 기아차 신형 3세대 K5

자동차 업계에서는 신형 K5가 디자인 경쟁력을 앞세워 현대자동차쏘나타가 주도해 온 국내 중형세단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고 점치고 있다. 실제로 신형 K5는 사전계약이 시작된지 3일만에 계약대수 1만대를 돌파하며 같은 기간 기아차의 역대 최대 계약대수 신기록을 작성하기도 했다.

그러나 노조의 파업이 계속될 경우 신형 K5의 생산도 차질을 빚게 된다. 출시 초반 한창 계약이 몰릴 시기에 물량 수급이 꼬일 경우 기대했던 신차 효과도 제대로 누리지 못할 가능성이 커진다.

올들어 11월까지 기아차의 국내 판매대수는 47만1075대로 전년동기대비 3.8% 감소했다. 쏘렌토와 K9, 스포티지 등 주력 모델들의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눈에 띄게 줄면서 고전해 왔다.

그나마 올해 선보인 K7 부분변경모델과 소형 SUV 셀토스 등이 선전하는 가운데 신형 K5로 본격적인 ‘반격’을 노렸던 기아차는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노조에게 발목을 잡혀 모처럼 잡은 기회를 놓칠 위기에 몰린 셈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대차가 일찌감치 올해 임금협상을 끝냈기 때문에 임금의 추가 인상을 요구하는 기아차 노조의 요구를 마냥 수용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무리한 파업으로 신차의 생산이 막힐 경우 손실은 노조에게도 그대로 돌아올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