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경남 창원시에서 공인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김모(53)씨는 "이 정부 들어 18번째 부동산 대책(12·16 대책)이 나왔지만 지방은 덕 볼 것 없다"며 "계속 피눈물만 흘리게 될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가 서울 집값 잡겠다며 2년 5개월간 17차례 대책을 내놓는 사이, 지방 주택 시장은 방치돼 말라죽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창원은 현 정부 출범 이후 집값이 10% 넘게 떨어졌다.
인근 마산회원구 A아파트는 내년 10월 완공을 앞두고 제 모습을 갖춰가고 있지만, 분양권 거래는 아예 일어나지도 않는다. 지난해 일반 분양에서 856가구 중 90% 이상이 미분양됐기 때문이다. 이 단지는 최근 공공 지원 민간 임대로 전환하기로 했다.
지방 부동산 시장이 장기 침체로 신음하고 있다. 집값이 추락하면서 서울과는 격차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달 수도권·광역시를 제외한 지방 아파트 중위(中位) 매매가격은 1억4847만원으로 2017년 5월 현 정부 출범 이후 2년 반 동안 10%나 내렸다. 반면 서울 아파트 중위 가격은 역대 최고치인 8억8014만원까지 치솟으며 45%나 폭등했다. 잇따른 규제 정책으로 주택 공급 부족이 우려되면서 서울 집값이 급등했고, 앞으로도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란 기대 심리가 확산되면서 사람과 자금이 계속 서울로 몰리기 때문이다. 지방에서는 정부가 서울 집값 잡는 데에만 혈안이 됐을 뿐 '깡통 전세'까지 속출하는 지방의 심각한 주택 시장 문제에는 아예 손을 놓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넘쳐난다.
전문가들은 "공공기관 지방 이전, 혁신도시 건설 등 국가 균형 발전을 추구한 노무현 정부를 계승했다는 문재인 정부가 서울·지방 양극화를 심화시켜 오히려 균형 발전 뿌리를 흔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지난달까지 전국 집값은 4.18% 상승했다. 그러나 서울이 16.21% 올랐을 뿐, 수도권·광역시를 제외한 지방 집값은 4.64%나 하락했다. 부산(-1.49%), 울산(-8.79%) 등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10% 가까이 떨어진 경남 상황은 특히 심각하다. 지역 산업 기반이 흔들리고 부동산 경기가 급랭한 김해(-12.57%), 창원(-11.31%) 등이 직격탄을 맞았다. 수도권에서는 성남·광명·과천 등 20% 가까이 오른 곳도 있지만, 평택(-8.87%) 등은 집값이 많이 떨어져 지역별 차이가 컸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주택도시연구실장은 지난 10월 '지역 부동산 시장 리스크 진단 세미나'에서 "경북·경남·충북 아파트 실거래가가 전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했다"고 우려했다.
수요자들의 관심이 떨어지는 전북 군산 등 지방 일부 아파트 분양에서는 1순위 청약자가 단 한 명도 없는 '청약 제로(0)' 단지가 나오기도 했다. 서울과 수도권 인기 지역에서 경쟁률 수십~수백 대 1 단지가 속출하는 것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지방 미분양 주택 상황도 심각하다. 특히 '악성'으로 꼽히는, 다 지어 놓고도 사람이 들어오지 않는 '준공 후 미분양'이 10월 말 현재 1만6167가구까지 늘었다. 불과 서너 해 전 4000~5000가구 정도에서 3~4배로 증가했다.
'상경(上京) 투자'에 나선 지방 큰손들은 서울 아파트를 공격적으로 매수하고 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대출 규제와 보유세 인상 등 규제가 이어지면서 '똘똘한 한 채'에 대한 관심이 지나치게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아파트를 매입한 지방 거주자 거래 건수는 지난 10월 1803건으로 올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 초 394건이던 거래 건수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민간 택지 분양가 상한제 도입을 언급한 7월부터 1000건을 넘어서며 급속히 늘었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서울 강남을 대상으로 한 규제 일변도 정책이 수도권과 비(非)수도권, 지방 도심과 비도심권의 초(超)양극화를 초래했다"며 "정부는 지역 상황에 맞는 차별화된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