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미국 하와이 마우이(Maui)섬에서 열린 '퀄컴 테크 서밋'.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사장이 무대에 올라 왼손가락 5개를 활짝 폈다. 5G(5세대 이동통신)를 의미하는 손짓이다. 그는 "2020년 퀄컴이 전 세계 5G 기술 확산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퀄컴은 이날 업계 최고 성능 5G 모바일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인 '스냅드래건 865'〈사진〉와 5G 통합 칩세트 '스냅드래건 765'를 공개했다.

전 세계 5G 시장이 본격적으로 개화(開花)하면서 5G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5G 모바일 칩세트 대결도 달아오르고 있다. 모바일 칩세트는 스마트폰에서 '두뇌'에 해당하는 핵심 반도체다. 여기에 데이터를 송수신하는 모뎀 칩이 결합된 '통합 칩세트'도 있다.

현재 가장 앞서 있는 곳은 퀄컴이다. 이 회사가 내놓은 '스냅드래건 865'는 최신 모뎀 칩인 'X55'를 내장해 5G 통합 칩세트 중 업계 최고 속도인 7.5Gbps(초당 75억 비트) 속도의 데이터 다운로드를 지원한다. 종전 칩보다 최대 속도가 50%가량 증가했다. 이 칩세트에는 새로운 AI(인공지능) 엔진인 '헥사곤 698'도 탑재, 연산 성능을 높였다. 퀄컴의 스냅드래건 765는 865보다는 성능이 조금 떨어지지만, 5G 모뎀까지 하나로 합친 통합 칩세트다. 열도 적고 전기도 덜 쓴다.

시장 반응은 이미 뜨겁다. 퀄컴이 스냅드래건 865를 발표하자 소니, 모토로라 등이 퀄컴 칩세트를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내년 초에 나오는 삼성전자의 '갤럭시S11'에도 퀄컴의 스냅드래건 865가 탑재될 전망이다.

퀄컴뿐만이 아니다. 삼성전자는 지난 10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연 '테크데이 콘퍼런스'에서 고성능 AP '엑시노스 990'과 '엑시노스 모뎀 5123'을 공개했다. 인공지능과 고속 연산, 초고속·저지연 통신 등이 가능한 칩세트다. 삼성전자는 지난 9월엔 5G 통합 칩세트 '엑시노스 980'을 선보이기도 했다.

중국 화웨이(華爲)도 이미 5G 통합 칩세트를 내놨다. 화웨이는 지난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세계 첫 5G 통합 칩세트인 '기린 990'을 출시했다. 현재 화웨이는 이 칩을 자사 최신 스마트폰에 적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5G 시장을 노린 모바일 AP 시장에서 퀄컴과 삼성전자, 화웨이가 삼파전을 벌이고 있다"고 했다.

보급형 반도체 제품을 주로 만드는 대만의 미디어텍(MediaTek)도 지난 11월 26일 5G 통합칩인 '디멘시티 1000'을 공개하며 5G 모바일 칩세트 경쟁에 뛰어들었다. 카메라 제어와 인공지능, 연산 성능이 좋고 소비 전력은 낮은 것이 특징이다. 미디어텍은 이달 말 두 번째 5G 통합 칩세트 신제품을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