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노사 문제로 이사회 의장 등이 법정구속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은 것과 관련해 공식 사과했다.

삼성전자(005930)와 삼성물산은 18일 입장문을 내고 "노사 문제로 인해 많은 분들께 걱정과 실망을 끼쳐드려 대단히 죄송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어 "과거 회사 내에서 노조를 바라보는 시각과 인식이 국민의 눈높이와 사회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음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앞으로는 임직원 존중의 정신을 바탕으로 미래지향적이고 건강한 노사문화를 정립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조선DB

전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재판장 유영근)는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조합의 설립·활동을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과 강경훈 삼성전자 부사장에게 각각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올해로 창립 50주년을 맞은 삼성전자 역사에서 이사회 의장이 구속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재판부는 기소된 삼성그룹 및 계열사 전현직 임직원 32명 중 26명에게 유죄를 선고하고 7명을 법정 구속했다.

재판부는 "부당노동행위와 관련해 수많은 문건이 발견된다"며 "미래전략실에서부터 파생돼 계열사 및 자회사로 배포된 노조전략·비상대응 시나리오·비밀 동향 보고·회의자료·보도자료 등 노조를 와해시키겠다는 전략을 표방하고 구체적인 시행방안을 마련한 것이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라고 했다.

재계에서는 이번 사과문을 삼성의 '무노조 경영' 포기 선언으로 해석하고 있다. 삼성은 1938년 창립 이후 80년 넘게 무노조 경영을 이어왔지만, 최근 노조 관련 재판으로 삼성의 무노조 경영 시대가 막을 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법원은 삼성에버랜드 노조설립 방해와 관련 강 부사장 등에게 유죄를 선고했고, 지난달 16일에는 한국노총 소속 삼성전자 노조가 공식 출범했다.

삼성전자의 경영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사회 의장의 구속으로 삼성이 애초 계획했던 이사회 중심 경영에도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계열사 임원 인사도 언제 이뤄질지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재계에서는 "한국은 이제 '노조 공화국'이 될 것"이라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노동개혁 없이 노조 힘만 커지면 앞으로 해외로 나가는 기업이 많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제 노조가 소송에 나서면 기업이 막아내기 어려워졌다"며 "와이파이로 동영상 보며 조립하는 자동차 공장처럼 산업 전체가 붕괴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