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2·16 부동산대책'을 통해 15억원을 초과하는 아파트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을 전면 금지하면서 서울 마포·용산·성동·동작·광진·강동구 아파트를 보유한 집주인이 고민에 빠졌다. 이 지역에는 15억원을 소폭 밑도는 아파트가 많은데, 정부가 15억원이라는 기준선을 정하면서 그 이상까지 가격이 오르기 어려운 환경이 됐기 때문이다.

17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정부는 가계·개인사업자·법인 등 모든 차주에 대해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의 15억원 초과 아파트를 담보로 한 주택구매용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했다. 15억원을 기준으로 이를 웃도는 초고가 아파트와 나머지 아파트의 선을 그어버린 것이다. 앞으로 15억원을 넘는 아파트는 전액 현금을 마련해 매매해야 한다.

서울 성동구의 아파트 단지.

부동산 시장에서는 정부가 15억원 초과 아파트의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한 것이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수요자의 기대심리를 진정시켰다는 평가를 한다. 지난해 9·13 대책의 영향으로 안정세에 접어든 듯했던 서울 주택시장이 7월부터 반등했던 건 오를 만큼 올랐지만, 그래도 더 오를 게 남았다는 기대심리 때문이었다.

특히 최근에는 분양가상한제 시행으로 서울 주택 공급이 지연되면서 결국 신축은 물론 구축 아파트까지 오를 거라는 분석이 많았다. 실제로 10억원짜리 아파트를 사도 12억원, 13억원으로 오르는 사례가 빈번했기 때문에 이를 염두에 두고 갭투자 등을 통해 무리하게 주택구매에 나선 수요자도 많았다.

정비사업을 통해 신축비중이 높아진 마포·성동·동작구 등과 개발 호재가 풍부한 용산·광진구 등의 집값이 특히 많이 올랐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시세 9억 초과~15억원 아파트 비중은 광진구가 54.5%로 가장 높고, 성동구(47.3%), 용산구(45.7%), 마포구(43.9%), 중구(42.9%), 강동구(40.8%), 동작구(39.6%) 등이 뒤를 잇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9억~15억원 아파트의 경우 이전처럼 가격이 급등하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5억원을 넘는 아파트는 현금으로 사야 하기 때문에 구매 수요가 급격히 쪼그라들 가능성이 큰데, 이렇게 되면 9억~15억짜리 아파트도 가격이 더 상승할만한 동력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갭투자가 어려워진 것도 집값 상승을 제한할 요인이다. 정부는 전세대출을 받고 9억원 초과 주택을 사들일 경우 전세대출을 회수하는 갭투자 방지 대책을 내놨다.

반면 9억~15억원대 아파트 값을 올릴 요인도 존재한다. 여전히 주택담보대출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시가 9억원 초과분의 담보인정비율(LTV)이 20%로 하향 조정됐지만, 15억원까진 주택담보대출을 통해 집값의 32~40%는 마련할 수 있다.

만약 집값 전망을 여전히 긍정적으로 보는 수요자들이 이런 집이라도 빨리 사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면 마포·용산·성동·동작·광진구의 9억~15억원대 아파트를 중심으로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값이 오를 가능성도 있다. 결국 집값이 내릴 요인과 오를 요인이 혼재한 것.

전문가들은 일단 이번 대책 효과가 어느 정돈 먹힐 것이라고 보고 있다. 15억원 이하 아파트 값 상승에 어느 정도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정부가 대출 규제는 물론 무주택자가 9억원 이상 주택을 살 땐 1년 안에 전입을 하도록 하고, 1세대 1주택자의 장기보유특별공제에 거주기간을 요건으로 추가하는 등 강력한 정책을 내놨다"며 "단순하게 시세차익을 노린 갭 투자가 불가능해진 만큼 당분간 LTV가 줄어든 9억~15억원대 아파트들 가격은 제자리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저금리와 풍부한 부동자금이 주택시장으로 유입되는 물꼬를 막아 유동성에 의한 주택시장 가격불안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다양한 정책이 발표된 상황"이라면서 "대출 한도가 줄어든 9억~15억원 아파트들은 집값 상승이나 거래량 증가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