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한 영결식'...30여분 고인 육성 영상 나와
"영원한 대우의 주인공" 말에 '대우맨'들 눈물 훔쳐
"대우를 떠나며 따뜻한 말을 건네지 못하고 헤어진 게 무엇보다 가슴에 사무친다. 저를 믿고 뜻을 모아 세계 무대로 함께 뛴 여러분의 노고에 (보답하지 못해) 진심으로 미안하게 생각한다. 뜻을 함께하며 한 몸처럼 활동했던 여러분은 언제나 대우의 주인공이다." (대우그룹 50주년 설립 기념사 중)
지난 9일 별세한 고(故)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영결식이 12일 오전 경기 수원시 아주대병원 대강당에서 엄수됐다. 영결식에서 공개된 고인의 생전 육성에 옛 대우 임직원들은 눈시울을 붉혔다.
고인의 '소박한 장례' 뜻에 따라 300여 석 규모의 강당에 영정과 꽃장식만 해 놓았고, 유족과 친인척, 전직 대우 임직원만 식장에 참석했다. 대강당에 들어가지 못한 조문객들은 복도에 설치된 대형스크린으로 영상을 지켜봤다.
참석자들의 묵념으로 시작된 영결식은 고인의 생전 육성을 모은 '언(言)과 어(語)' 영상을 30여 분 간 상영하는 순으로 이어졌다. 영상에서는 존 레논의 '이매진' 노래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김 전 회장의 육성이 나왔다. 김 전 회장이 대우그룹의 창립 25주년, 30주년, 50주년 등에 했던 기념사와 언론 인터뷰, 대학생과의 대화 등에서 했던 말들이 공개됐다.
김 전 회장의 생전 인터뷰 중 "대우의 사훈인 '창조', '도전', '희생' 이 세 가지에는 우리의 진정성이 담겨 있습니다. 이 한결같은 마음으로 우리는 세계로 나갔고, 시도해보지 못한 해외 진출을 우리가 처음으로 해냈습니다"라는 육성이 나가자 참석자 일부는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영상이 끝난 뒤 ㈜대우의 마지막 사장이었던 장병주 대우세계경영연구회 회장이 조사(弔詞)를, 손병두 전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이 추도사를 이어갔다.
장 회장은 "회장님은 35만의 대우 가족과 전 국민이 기억하고 인생의 좌표로 삼기에 충분했고, 회장님의 성취가 국민적 자신감으로 이어져 있다"며 "위기를 맞은 뒤에도 명예회복 대신 젊은 인재들을 키우는 데 여생을 바치고 국가를 위해 봉사하는 길을 찾고자 하셨다"고 울먹이며 말했다.
김 전 회장을 가까이서 보필했던 손 전 상근부회장은 "회장님은 우리들의 우상이자 젊은이들에게 신화 같은 존재가 되기에 충분했다"며 "한국이라는 공간에 머무르지 않고 세계가 얼마나 넓은지, 인간이 꿈꿀 수 있는 곳은 얼마나 많은지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에 꽉 찬 분이었다"고 회상했다.
추모사가 끝난 뒤에는 장례절차에 따라 천주교식 종교행사가 진행됐다. 이어 참석자 전원이 '대우 가족의 노래'를 부르며 고인의 영면을 빌었다.
영결식을 마친 뒤에는 김 전 회장의 손자가 영정을 들고 운구 차량으로 이동했다. 운구 차량은 아주대 본관을 한 바퀴 돌고 떠났다. 이번 장례가 치러진 아주대는 김 전 회장이 1977년 대우실업 사장이었을 당시 "교육 사업을 통해 기업 이윤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며 사재를 출연해 대우학원을 설립하고 인수한 대학이다. 장지는 충남 태안군 선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