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에서 4만4000년 전 인류의 조상이 남긴 사냥 그림이 발견됐다. 이전에도 비슷한 시기에 동물을 그린 동굴 벽화가 발견된 적은 있지만 사람과 동물이 모두 등장하는 모습을 그린 벽화로는 가장 오래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호주 그리피스대의 맥심 오버트 교수 연구진은 11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의 한 석회암 동굴에서 사람과 동물이 모두 나오는 동굴 벽화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의 석회암 동굴에서 발견된 4만3900년 전 벽화의 일부. 사진 오른쪽에 뿔이 달린 들소가 보이고 왼쪽에 작은 사람 6명이 창이나 밧줄을 들고 마주하고 있다. 왼쪽 그림은 사람 부분을 좀 더 명확하게 그림으로 나타낸 것이다.

동굴 벽화는 길이가 4.5m에 이르며 현지에서 지금도 살고 있는 멧돼지 두 마리와 들소 네 마리가 그려져 있다. 그 앞에는 작은 크기로 여러 명의 사람이 창과 밧줄을 들고 동물들을 향해 있다. 사람과 동물의 배치로 볼 때 사냥 장면을 이야기하기 위해 그린 그림이 확실하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인간과 동물을 그린 검붉은 물감이나 화풍도 똑같아 함께 그려졌음을 알 수 있었다.

동굴 벽화는 우라늄 방사성 동위원소를 이용한 연대 측정에서 4만3900년 전에 그려진 그림으로 확인됐다. 지금까지 인간과 동물이 모두 등장하는 사냥도는 2만1000년에서 1만4000년 전 후기 구석기 시대의 유럽 동굴 벽화가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이번에 인류 최고(最古)의 사냥도가 발견된 것이다.

연구진은 지난해 역시 네이처지에 인도네시아 보르네오섬의 동굴에서 4만년 전 인류가 그린 들소 벽화를 발견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번에는 사냥꾼까지 그려진 벽화를 찾아내 인도네시아가 동굴 벽화의 기원이나 인류의 사고 진화 과정을 이해하는 데 지구에서 가장 중요한 장소임을 재확인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특히 동굴 벽화에는 인간의 머리 부분이 새의 부리나 개의 주둥이와 비슷하거나 꼬리를 가진 경우도 있었다. 연구진은 "인간과 동물의 형태가 결합된 수인(獸人)은 전 세계 여러 종교에서 신화나 역사를 전해주는 신이나 정령, 조상으로 인식된다"며 "이번 발견으로 이곳에 살던 사람들은 유럽인보다 먼저 인간과 동물의 영적인 교감을 예술로 표현했음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는 독일에서 4만년 전에 만들어진, 사자의 머리를 한 사람 조각상이 가장 오래된 수인으로 여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