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세포들이 주고받는 전기신호를 그대로 모방하는 '뉴런(신경세포) 칩〈사진〉'이 세계 최초로 개발됐다. 손톱보다 작은 이 칩이 상용화되면 알츠하이머 치매나 척수 손상, 심장 질환 등 신경 손상으로 발생하는 다양한 질병을 치료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영국 바스대의 알레인 노가렛 교수가 이끄는 국제공동연구진은 지난 3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뇌 신경 신호를 완벽하게 전달하는 반도체 칩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뇌나 척수, 심장 등에 있는 신경세포들은 서로 전기신호를 주고받는다. 연구진은 신경세포가 전기신호를 주고받는 방식을 수학 공식으로 만들어 반도체 칩에 알고리듬으로 구현했다. 연구진은 동물실험에서 뉴런 칩이 실제로 작동하는 것을 확인했다. 먼저 쥐의 뇌 기억중추인 해마의 신경세포와 호흡중추인 연수의 신경세포 작동 과정을 각각 칩에 구현했다. 뉴런 칩에 실제 쥐의 해마와 연수에 있는 신경세포에서 나오는 전기신호 60가지를 입력하자 실제 쥐의 신경세포와 똑같이 반응했다.

노가렛 교수는 "신경세포는 지금까지 블랙박스와 같았는데 이제 우리가 그 블랙박스를 열어 안을 보는 데 성공한 것"이라며 "뉴런 칩을 이식하면 신경 손상으로 발생하는 다양한 만성질환을 치료하는 새로운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알츠하이머 치매나 척수 손상 외에 심부전증 치료에도 뉴런 칩을 쓸 수 있다고 밝혔다. 심부전증은 뇌와 심장의 신경세포가 제대로 전기신호를 주고받지 못하고 심장 박동이 엉키면서 발생한다. 연구진은 뉴런 칩을 이용한 새로운 심장 박동 보조 장치를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존 장치는 일정한 리듬으로만 심장 박동을 유발하는데 뉴런 칩을 이용하면 뇌에서 보낸 신호에 실시간으로 맞춰 반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노가렛 교수는 "뉴런 칩은 일반 디지털 기기에 들어있는 마이크로프로세서가 쓰는 전력의 10억분의 1에 불과한 140나노와트만 있어도 작동해 이식용 의료기기에 안성맞춤"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에는 영국 브리스톨대와 뉴질랜드 오클랜드대,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대 연구진도 참여했다. 바스대와 브리스톨대 연구진은 뉴런 칩을 상용화하기 위해 세릭스 메디컬이라는 회사를 설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