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생산직 근로자들의 근무시간 중 와이파이 사용 제한조치를 유보하기로 했다. 특근까지 거부하겠다며 강하게 반발하는 노조에 결국 고개를 숙인 것이다.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직원들이 조업하고 있다.

11일 자동차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현대차는 이날부터 다시 울산공장 생산라인 근로자들이 24시간 와이파이에 접속할 수 있도록 했다. 작업 중 안전사고 발생 우려 등을 이유로 9일부터 조업시간에는 와이파이를 쓸 수 없도록 제한한지 불과 이틀만에 원점으로 되돌린 것이다.

현대차는 앞서 지난 6일 노조에 24시간 내내 사용할 수 있었던 와이파이를 식사시간과 쉬는 시간에만 사용하도록 제한하겠다고 통보했었다. 생산직 근로자들의 조업 중 무분별한 인터넷 사용으로 생산효율이 떨어지고 안전사고가 일어날 위험이 커졌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 2011년과 2016년 노사간 단체협약을 통해 공장 내 와이파이 설치와 사용에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근무시간에 자주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을 통해 ‘딴 짓’을 하는 직원들이 크게 늘면서 생산성 하락에 대한 문제가 제기돼 왔다.

현대차 관계자는 "최근 울산공장에서는 작업 중 뉴스 검색은 물론 스포츠 중계를 시청하거나 심지어 영화나 유튜브 등 각종 동영상을 시청하는 직원들도 빈번하게 눈에 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측의 와이파이 제한 통보에 대해 노조는 강하게 반발했다. 이미 노사간 합의를 통해 정해진 와이파이 사용을 갑자기 제한하겠다는 것은 조합원을 무시한 사측의 일방적이고 강압적인 조치라는게 노조의 주장이었다.

노조는 지난 10일 사측을 규탄하는 성명을 내고 "14일로 예정된 주말 특근을 거부하고 18일 회의를 열어 투쟁계획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특근 거부까지 불사하는 노조의 압박에 부담을 느낀 현대차는 결국 이틀만에 와이파이 사용제한 조치를 풀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최근 현대차 노조는 중도 성향의 새 위원장을 선출하며 다시 태어나겠다고 다짐했지만, 이번 ‘와이파이 사태’로 또 국민들의 따가운 눈초리를 받게 됐다"며 "노조의 등쌀에 못 이겨 쩔쩔 매는 현대차 역시 소비자들의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