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라가 잘사느냐 못사느냐는 대개 GDP로 말한다. 이는 그 나라의 국내 산업 부문에서 최종 생산한 재화의 가치를 금액으로 합산한 수치인데, 막상 진정한 경제 성과를 대변하기에는 너무 한계가 많다. 마치 기업이 회계기준에 따라 집계한 매출액 또는 총자산이라는 지표가 기업의 진정한 경쟁력과 지속성을 대변하기에 부족함이 많은 것과 마찬가지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스티글리츠 교수, 파리정치대학의 피투시 석좌교수, OECD의 통계분석관인 듀런드는 '정말로 측정해야 할 것들: 바람직한 삶의 수준 지표를 찾는 글로벌 움직임'에서 바로 이 GDP의 한계를 분석하고 새로운 지표 체계를 모색했다. 저자들이 주도했던 OECD의 'GDP 너머(Beyond GDP)' 연구 프로젝트 보고서의 주요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GDP 개념은 1930년대 대공황기에 케인스식(式) 재정지출이 총량경제에 미치는 효과를 실증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목적에서 국민 계정 추계 방법을 개발한 데에서 출발했다. 그동안 많은 경제학자가, 한 나라의 경제 성과란 단지 집계된 총생산액 이외에도 소득과 기회의 평등 정도, 경제적 안전도, 삶에 대한 만족도, 그리고 물적자본·지식자본·자연자본·사회자본의 지속 가능성 같은 요인들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잘살기 위해서 충분한 GDP가 필수 조건이기는 하지만, GDP가 높다고 해서 반드시 살기 좋은 나라가 된다는 보장은 없다. 2008년 금융 위기에서 큰 타격을 받은 나라들은 대부분 GDP 통계로만 보면 잠시 감소했다가 다시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을지 모르나 막상 사람들이 체감하는 삶은 피폐해졌고 사회 곳곳이 파괴됐다. GDP가 회복됐으니 경제가 다시 자리를 잡았다고 자위하는 정책가들은 현실을 전혀 모르는 것이다.

이 책은 기존에 등장한 다양한 대안 지표들, 예컨대 기회의 불평등 측정 지표로서 자녀가 부모와 동일 연령대 도달 시 소득과 부모의 당시 소득 사이의 상관계수를 비롯해 삶에 대한 만족도, 경제적 안전도, 사회적 신뢰도에 대한 설문 조사 기반 지수 등, 다양한 연구 성과들을 비교 분석하면서 대안 지표 체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이미 많은 선진국이 정책 결정에 이런 대안 지표들을 공식적으로 채택하기 시작한 지 오래다. 그런데 책에서 거론한 여러 나라 사례에 '한국'은 단 한 차례도 언급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