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서울 강서구 NC백화점 식품관인 킴스클럽매장. 푸르스름한 빛깔의 활(活)새우가 바닷물에 담긴 작은 수조에서 팔리고 있었다. 원산지는 '국산'이었다. 주부 박모(43)씨는 "마트에서 국산 활새우는 가을에만 볼 수 있었는데, 겨울에 펄펄 뛰는 국산 활새우는 처음 본다"고 말했다. 바다 새우는 전어와 함께 가을을 대표하는 수산물이다. 하지만 최근 비닐하우스를 이용한 새우 실내 양식이 보급되면서 국산 활새우를 사시사철 만날 수 있게 됐다. 최근 소비자들은 항생제 남용 등 외국산 새우에 대한 우려 때문에 국산 생새우를 찾는 경우가 많다.
◇국산 생새우, 이제 사시사철
지난 5일 갈대 숲이 무성한 전남 강진만 생태공원 옆. 하천 둑 바로 옆 약 5000㎡(약 1500평) 땅에 커다란 비닐하우스 2동이 보였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후끈한 열기 속에 여러 칸으로 나뉜 넓은 수조들이 보였다. 뜰채로 물을 퍼올리자, 어른 손바닥만 한 흰다리새우 5~6마리가 퍼덕거리며 올라왔다. 바로 옆 수조에 촘촘한 망을 담갔다가 꺼냈다. 이번엔 육안으로 쉽게 보이지 않을 만큼 작은, 5㎜ 안팎의 투명한 새끼 새우가 붙어 있었다.
이 양식장을 운영하는 푸른수산 변경대(58) 대표는 "어른 새우는 지난 7월에 새끼 상태로 넣어 키웠고, 새끼 새우는 갓 부화한 것을 2주 전에 넣은 것"이라고 했다. 수온과 물속 산소 농도 등을 모두 원격 관리하고 조정하는 '스마트 양식' 시스템도 운영 중이다. 이 양식장은 '새우 철'이 끝난 지난달 중순 이후에도 한 번에 1.5t씩, 1주일에 5회 새우를 출하하고 있다. 다른 수조에 있는 '청년 새우'는 내년 2~3월, 지금 새끼 새우는 내년 4월쯤 출하한다. 출하가 끝난 새우 수조에는 다시 새끼 새우가 들어가게 된다.
최근 요리 재료로 널리 쓰이면서 새우의 인기는 크게 높아졌지만, 국산 생새우는 '가을 한철'에만 맛볼 수 있었다. 찜·튀김 등에 쓰는 15㎝ 안팎 대하와 흰다리새우는 보통 8~10월에 서해에서 잡힌다. 간혹 노지(露地)에서 양식하는 경우도 있지만, 출하 시기는 자연산과 비슷했다. 수온이 최소 20도는 되어야 새우가 성장하기 때문에 여름에 키워서 가을에 판매할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국내 새우 유통 물량의 74%는 태국·베트남 등에서 들여온 냉동 외국산이 차지하고 있다. 국산 새우도 가을이 아니면, 냉동으로만 맛볼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국립수산과학원을 중심으로 실내에서 대량으로 새우를 양식할 수 있는 '바이오 플록(Biofloc·미생물을 활용한 양식법)'이 보급되면서 1년 내내 새우를 양식할 길이 열린 것이다. '바이오 플록'은 미생물을 활용해 새우의 배설물과 사료 찌꺼기를 자연 분해하는 방식이다. 유해균의 침입을 막기 위해 주로 비닐하우스 등 실내에서 한다. 배설물 등 오염 물질이 쌓이지 않기 때문에 물을 갈아주지 않아도 되고, 항생제를 쓸 필요가 없다. 국립수산과학원 김석렬 박사는 "새우는 한 마리만 병에 걸려도 떼죽음하기 때문에 유해균이 쉽게 침입하는 노지 양식은 쉽지 않다"며 "실내에서 '바이오 플록' 방식으로 양식하면서 이런 문제를 해결한 것"이라고 말했다.
◇판로 확보가 관건
최근 '사시사철 국산 생새우'가 가능해진 것은 판로가 확보됐기 때문이다. 이전에 '바이오 플록' 새우 양식장은 봄에 새우 치어를 키워 여름에 출하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겨울 새우까지는 시도하지 못했다. 난방비 때문에 생산비가 20~30% 정도 올라가기 때문이다. 이번에 푸른수산은 킴스클럽을 운영하는 이랜드리테일이 11월 이후 활새우를 전량 수매해 주기로 하면서 '겨울 활새우' 판로를 미리 확보했다. 킴스클럽은 생산비 3억원을 지원하면서 생산자의 부담을 줄여줬다. 이랜드리테일 류시섭 수산실장은 "소비자들이 외국산 새우의 항생제 남용에 대한 우려가 커, 겨울에도 친환경 국산 생새우에 대한 수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지난달 선보인 후 지금까지는 완판됐다"고 말했다.
다른 유통 채널에도 '사시사철 국산 생새우'가 깔리기 위해서는 판로 확보가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국립수산과학원 김석렬 박사는 "대형 양식장이 더 생기고, 규모의 경제를 통해 수익성이 확보되면 국산 생새우의 경쟁력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