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일부 오피스텔 청약에서 이례적인 경쟁률이 나오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분양기를 아파트 못잖게 높이 책정했는데도 수요자가 몰렸기 때문이다.

10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정주시에스시와 현대엔지니어링이 서울 강동구 성내동에 공급하는 ‘힐스테이트 천호역 젠트리스’ 오피스텔 청약에서 전용면적 17㎡OT2·OT3로 묶인 ‘2군’의 거주자 우선 경쟁률은 평균 17.63대 1을 기록했다.

거주자 우선공급은 ‘건축물의 분양에 관한 법률’에 따라 분양 호실의 20%를 해당 지역 거주자에 우선 공급하는 것을 말한다. 방 2개짜리 전용 30㎡OT4와 29㎡OT4A, 29㎡OT5로 묶인 3군의 거주자 우선 청약률도 평균 16.22대 1에 달했다.

이 오피스텔 전용 17㎡ 분양가는 2억3600만~2억5100만원이다. 전용 17㎡는 방 하나에 부엌과 거실이 있는 원룸형이다. 투룸짜리 전용 29㎡ 분양가는 4억400만~4억1900만원에 이른다. 인근에 있는 아파트 ‘성내동 이안강동’ 전용 68㎡의 최근 실거래 가격이 4억7500만원임을 감안하면 상당히 비싼 가격임을 알 수 있다.

정주시에스시가 서울 강동구 성내동에 선보인 ‘힐스테이트 천호역 젠트리스’ 투시도.

신나시스가 광진구 자양동에 공급한 ‘건대입구역 자이엘라’ 오피스텔도 전용면적 18.12㎡ 분양가가 최대 2억8200만원으로 만만치 않았지만, 거주자 우선 청약률이 평균 35대 1을 기록했다. 분양가가 최대 3억900만원에 이르는 전용 18.59㎡는 126실 모집에 서울에서만 466명이 몰려 평균 18.64대 1의 청약률을 거뒀다. 모두 방 하나짜리다.

이 오피스텔 전용 39~40㎡ 분양가는 7억3000만원 이상이다. 앞서 9월 공급된 인근 주상복합 ‘호반써밋 자양’ 전용 40㎡의 경우 분양가가 5억5087만~5억9295만원이었는데도 비싸다는 평가가 있었는데 이를 훌쩍 뛰어넘은 것이다.

만만치 않은 분양가에도 오피스텔에 수요자가 몰리는 이유로는 먼저 아파트보다 청약하기 쉬운 환경인 점이 꼽힌다. 오피스텔은 청약통장 가입 여부와 무관하게 청약 신청을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오피스텔 청약률엔 허수가 상당히 들어있기도 하다.

하지만 서울에서 분양하는 오피스텔의 경우 소유권 이전 등기까지 분양권 전매가 제한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수요가 상당히 들어가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도 나온다. 여기에 금리가 하락하는 상황이라 투자수요가 살아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KB국민은행 부동산에 따르면 서울 오피스텔 연 임대수익률은 11월 기준으로 4.54%로 계속 하락하는 추세다. 하지만 기준금리 인하로 시장금리도 내리고 있어 수익이 오히려 커지는 경우도 있다. 투자상품인 오피스텔은 대출 비중이 큰 경우가 많다. 임대료가 하락해도 금리 인하로 이자비용이 더 많이 줄면 수익이 오히려 커지기도 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오피스텔 같은 수익형 부동산은 시중금리에 민감하게 움직이는 특성이 있다"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아파트 가격이 가파르게 올라 가격 부담이 큰 데다 청약 규제도 강하다보니 상대적으로 소액 투자가 가능하고 청약 규제가 덜한 오피스텔시장에도 수요자가 몰리고 있는 것"이라며 "저금리 환경에 돈이 갈 곳이 없다는 점도 오피스텔이 수요자의 관심을 끄는 요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