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매물이 줄줄이 나오면서 산업은행이 연내 매각하겠다던 KDB생명의 매각작업도 늦어지고 있다. 푸르덴셜생명까지 깜짝 매물로 등장한 데다, 내년엔 일부 보험사도 매물로 나올 것으로 전망돼 투자자들의 관망 심리가 커진 탓이다.

7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이 달 KDB생명에 대한 본입찰을 진행해 올해 안에 우선협상자를 선정할 방침이지만, 올해를 넘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KDB생명은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세 차례 매각을 시도했으나 주인을 찾지 못했다. 이번이 네 번째 매각 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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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산업은행이 바라는 KDB생명의 가격이 투자자의 가격과 워낙 차이가 컸다"고 말했다. 당초 산업은행은 투자금액 등을 고려해 6000억원 이상의 매각가를 기대했다. 하지만 지난달 있었던 예비입찰에서 사모펀드 두어곳만 참여했고 이들은 2000억원 수준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금융지주 관계자는 "새 회계기준(IFRS17)이 적용되면 추가로 자본을 투입해야 해 섣불리 사겠다고 나서기 어려운 물건"이라고 했다.

최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시장가격'을 강조한 만큼 매각 실마리가 생겼다는 시각도 있다. 이 회장은 "KDB생명 매각은 순리대로 흘러갈 문제고, 시장이 가격을 맞추면 (산은은) 거기에 따라갈 생각"이라고 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가격을 확 낮춘다면 원매자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다"고 했다.

KDB생명 인수전엔 냉랭한 분위기가 돌지만 일부 보험사는 매각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최근 매물로 나온 더케이손해보험은 하나금융지주(086790)로 팔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하나금융지주는 더케이손해보험의 입찰에 단독으로 참여했다. 하나금융지주 관계자는 "지주사로서 '손해보험사'만 갖추지 못한 상황"이라고 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가격 협상이 제대로 된다면 인수전이 마무리될 수 있다"고 했다. 아직까진 더케이손해보험 가격에 대해 양측간 괴리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깜짝 매물인 푸르덴셜생명은 대형 사모펀드 몇 곳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처음엔 생명보험사를 강화하고 싶다고 밝혔던 KB금융(105560)지주가 유력 후보로 뽑혔지만, KB금융지주는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고 있다. 푸르덴셜생명 매도 희망가격은 약 2조원으로 알려졌는데, KB금융은 이 가격이 비싸다는 입장이다. KB금융지주는 "지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인수합병 물건이 나오면 그때마다 충실히 검토하고 있다"면서 "꼭 생보사만 사려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들은 내년에 IFRS17 기준에 맞춰 자본을 쌓기 어려운 보험사들이 줄줄이 매물로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잠재적 매물로 꼽히는 곳은 동양생명과 ABL생명이다. 또 실질적으로 새마을금고가 가지고 있는 MG손해보험도 체질개선을 어느 정도 이룬 다음에 시장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새마을금고 관계자는 "MG손해보험은 인수 전부터 시끄러웠는데, 당시 의사결정을 했던 이들이 조직에 남아있지 않아서 체질 개선 이후 시장에 나올 수 밖에 없다"고 했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푸르덴셜생명보다 더 나은 보험사가 매물로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며 "확실한 매물이 시장에 나왔을 때를 대비해 지금은 매수 결정을 미루는 분위기"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