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들어 탈(脫) 원전, 전기요금 인상 억제 등의 영향으로 주가가 반토막 났던 한국전력(015760)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전기요금 인상 계획 질의'를 받은 이후 반등하고 있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한국전력 경영진이 수익 극대화에 소극적이라는 점이 배임 혐의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일부 전문가는 "SEC 질의를 계기로 미국 투자자들이 전기요금 인상을 강하게 주장할 수 있다"면서 "배임 혐의 소송 제기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내년 최선호종목으로 한전을 꼽는 증권사도 있다"고 했다.
한전은 ADR(미국 예탁증서) 형태로 미국 증시에도 상장돼 있다. 한국기업 ADR은 총 9개 종목이 미국 증시에 상장해 있는데, 이 가운데 8개 기업이 올해 들어 주가 수익률이 마이너스다. 일부 기업은 한전처럼 경영진이 기업 이익 증대에 적극적이지 않다고 평가받고 있다.
◇한전 주가, 정권 교체 후 반토막…기관 17일째 매수하며 상승세
한전은 문재인 대통령 당선 전인 2017년 4월만 해도 4만6000~4만7000원에 거래됐다. 이후 탈원전 등으로 발전연료 단가가 상승하고 한시적 요금 인하, 누진제 개편 등이 잇따르면서 한전의 수익성이 악화됐다. 한전은 지난 5월 한때 2만4500원까지 하락했다. 이는 2017년 가격 대비 반토막난 수준이다.
하향 곡선을 그리던 한전 주가는 미국 SEC의 공문으로 반전의 계기를 맞았다. 정유섭 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SEC는 지난 9월 '전기요금 인상 여부에 따른 영업이익·당기순이익 영향을 밝히라'는 공문을 보냈다. 한전 측은 "전기요금 인상 추궁이 아닌 관련 공시 가능 여부를 묻는 단순 질의였다"고 했지만, 증권업계에서는 이 해명을 믿지 않고 있다. 일부 애널리스트는 "투자자가 아닌 SEC가 나선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며 "한전은 최근 변호인단을 대폭 구성했는데, 해외 투자자와의 소송 가능성 때문이라는 소문이 있다"고 했다.
한전은 공문 발송 소식이 전해진 지난 11월 6일 6.14% 상승했는데, 이후로도 꾸준히 오름세다. 현재는 2만8000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지난 5월 29일 기록한 저점 대비 17~18% 오른 수준이다. 기관 투자자들이 17거래일 연속 주식을 순매수하면서 한전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내년 하반기엔 전기요금 체계를 개편할 것이란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전의 보유자산을 감안하면 현재 주가는 너무 낮다는 분석도 있다. 한전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29배에 불과하다. 한전의 전체 자산이 시가총액보다 3배 이상 많다는 의미다. 정혜정 KB증권 연구원은 "영업실적 개선이 확인되면 한전은 추가 주가 상승을 기대해볼만하다"고 했다.
◇미국 상장한 9개 중 8개는 마이너스…대부분 한전과 비슷한 처지
증권가에서는 미국 증시에 ADR 형태로 상장해 있는 다른 한국기업도 한전과 비슷한 처지라고 지적한다.
미국 증시에 상장한 한국 기업은 그라비티, LG디스플레이(034220), SK텔레콤(017670), 포스코, KT(030200), KB금융(105560), 신한지주(055550), 우리은행등 9개사다. 이 가운데 LG디스플레이를 제외하면 올해 들어 모두 주가가 하락했다. 미국 S&P500지수가 올 들어 23% 넘게 오른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의 부진이 눈에 띄고 있다.
한 미국 주식 전문 프라이빗뱅커(PB)는 "미국에 상장해 있는 기업이 준공기업이거나 은행, 통신사라 정부 정책 영향이 상당하다"면서 "하필이면 모두 정권 영향으로 수익성을 개선하기 어려운 기업만 상장해 있는데 한전처럼 해외 투자자들로부터 불만을 사는 사례가 나올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이 기업들은 모두 해외 행동주의펀드의 타깃이 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