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는 블루칼라, 화이트칼라를 넘어 다양한 새로운 색의 뉴칼라(New Collar)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다."

IBM의 데이비드 반스 글로벌 인적자원 정책 총괄 부사장은 앞으로 AI(인공지능) 등 미래 기술이 발달하면서 나타나게 될 노동시장의 변화를 이렇게 정리했다. 단순 기술자나 사무직 일자리보다는 다양한 특성과 자격 요건을 요구하는 새로운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는 이야기다. "IBM에서도 클라우드와 사이버 보안, 디지털 디자인 등 상당수 분야는 4년제 대학 졸업장이 필요없는 일자리입니다. 앞으로는 다양한 이력과 기술을 갖춘 사람들을 위한 다양한 일자리가 생겨날 것입니다."

지난달 21일 서울 여의도 한국IBM에서 만난 데이비드 반스 부사장은 "AI의 등장이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을 재정립하고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의 범위를 확장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반스 부사장은 지난달 21일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가 주최한 '일자리 정책 국제컨퍼런스'에 패널 토론자로 참여하고자 방한했다. IBM은 각국 정부를 대상으로 근로자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흐름을 분석하고, 정부 정책을 조언하는 서비스도 하고 있다. 이 중 미래 기술이 현재 근로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정부와 기업이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 분석해 조언하는 것이 반스 부사장의 일이다. 그는 "한국에 오기 전 일본에서도 '미래 기술과 일자리' 관련한 토론회에 참석했다"며 "현재 이 문제에 대해 완벽하게 준비한 정부나 국가는 없다"고 했다.

현재 산업계에서는 AI와 자동화가 제조업은 물론 서비스업에서도 수많은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반스 부사장은 그러나 "AI의 영향은 쓰나미처럼 단번에 오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오히려 지역·산업·직업에 따라 다른 속도와 형태로 점진적 변화가 이뤄질 것이란 얘기다. 그는 또 "AI 때문에 없어지는 일자리도 있겠지만, 이는 매우 적을 것"이라며 "오히려 새로운 일자리가 더 많이 생길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IBM 기업가치연구소가 최근 전 세계 기업을 설문조사해보니, '앞으로 3년 내 사라질 것'이라는 일자리는 전체의 3.4%에 불과했다. 그는 "AI는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는 위협적인 존재가 아니다"라며 "바뀌는 것은 일자리가 아니라 일하는 방식"이라고 했다 .

그는 'AI 시대'를 대비해 정부와 기업은 근로자들을 업그레이드하는 직무 재교육에 관심을 쏟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근로자들이 새롭게 생기는 직종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중장기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코딩(컴퓨터 프로그래밍) 능력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는 "미래에 가장 필요한 것은 도출된 결과를 분석하고 그 사이 의미를 찾아내는 '소프트 스킬'"이라고 했다.

이 과정에서 역설적으로 AI가 유용할 수 있다. 현재 IBM에서는 AI 알고리즘으로 근로자가 현재 하는 일과 유사한 다른 일자리를 찾고, 이를 위한 재교육 프로그램도 짠다. 그는 "한국에서 진행되는 교육 프로그램은 실제 일자리나 월급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며 "프랑스처럼 정부가 나서서 개인 재교육 분야에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자리를 보호만 하려 할 것이 아니라, 근로자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사회가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