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법원, 경쟁 칩 제조사에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휴대폰 제조사 상대 지위 남용 여부는 다툼 여지 남겨

미국 통신칩 회사 퀄컴이 한국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지난 2017년 1월 제기한 과징금납부명령 취소 소송에서 일부 패소했다. 이에 따라 퀄컴이 이미 납부한 1조311억원 상당의 과징금은 돌려받을 수 없게 됐다.

그러나 서울고등법원은 퀄컴이 경쟁 칩 제조사에 대해서만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다고 판단하고, 휴대폰 제조사들에 대한 지위 남용은 인정하지 않았다. 자사 기술을 제공하고 휴대폰 제조사로부터 로열티(기술료)를 받는 퀄컴의 사업방식(포괄적 라이선스)이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퀄컴과 공정위 모두 3년 가까이 끌어온 소송에서 자신의 주장을 강력하게 펼친 만큼 최종 판단은 대법원에서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 해외 경쟁당국·사법부도 예의주시

서울고법 행정7부(부장 노태악)는 4일 퀄컴이 2016년 12월에 공정위가 부과한 1조311억원의 과징금납부명령 최소 소송에 대해 '과징금납부명령이 적법하다'고 선고했다.

법원은 공정위가 퀄컴에게 시정명령을 내린 두가지 행위에 대해서는 공정위의 손을 들어줬다. 퀄컴이 경쟁 칩 제조사에 자사 이동통신 표준필수특허에 대한 라이선스 제공을 거절·제한한 것에 대해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다고 본 것이다.

이와 함께 퀄컴이 통신용 모뎀칩셋 공급계약과 특허 라이선스 계약을 연계, 휴대폰 제조사와 특허라이선스 계약을 맺도록 강요한 것에 대해서도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다고 판단했다.

퀄컴은 CDMA(2세대 이동통신) 모뎀칩셋 시장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보유하고 있고, WCDMA(3세대 이동통신), LTE(4세대 이동통신) 시장에서도 시장지배력을 장기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공정위의 판단이다.

이번 소송은 퀄컴이 2017년 1월 제기해 3년 가까이 진행됐다. 과징금 규모가 큰데다 해외 경쟁당국·사법부도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퀄컴은 한국 외에 중국(2015년, 9억7500만달러), 대만(2017년, 8억달러), EU(2018년, 9억9700만유로)에서도 과징금을 부과받은 바 있다.

◇ 휴대폰 제조사와의 로열티 협상은 좀 더 지켜봐야

서울고법의 판결이 나왔지만 최종 판단은 대법원에서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양측 모두 치열한 공방전을 벌여왔고, 법원의 판결에서 다툼의 여지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서울고법은 퀄컴이 휴대폰 제조사와의 특허 라이선스 계약에서 포괄적 라이선스를 맺는 것이 휴대폰 제조사에 불이익을 가져온다는 공정위측의 설명이 부족하다고 했다. 점유율 방식 구조만으로 비용 부담이 합리적 수준을 초과했다고 판단할 구체적 증거가 없어 공정거래법 위반은 아니라고 봤다.

이번 판결에 따라 삼성전자처럼 퀄컴의 이동통신 표준필수특허를 제공받아 칩을 제공하는 회사는 미국·중국 등 해외 스마트폰 제조사에도 자사 칩을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퀄컴의 사업방식(포괄적인 라이선스)이 휴대폰 제조사에 불이익을 주지는 않으며 비용 부담이 합리적 수준을 초과했다고 보지는 않아, 휴대폰 판매 가격의 3~5% 수준인 로열티(기술료)가 낮아질 지에 대해서는 해석이 엇갈린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당초 삼성, LG처럼 퀄컴과 거래하는 휴대폰 제조사들은 로열티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면서 "대법원에서 최종 판결이 나와야 향후 협상 등을 어떻게 진행할지 방향성을 잡을 수 있을 거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