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통신칩 제조업체 퀄컴(Qualcomm)에 사상 최대인 1조원대 과징금을 부과한 공정거래위원회 처분이 정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퀄컴이 휴대폰 제조사 등에게 시장지배적 지위를 이용해 불리한 계약 체결을 강제했다고 판단했다.

서울고법 행정7부(재판장 노태악)는 4일 오전 퀄컴이 공정위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취소소송 선고 공판을 열고 원고 일부 패소 판결했다. 법원은 공정위의 퀄컴에 대한 과징금 부과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퀄컴이 시장지배적 지위를 이용해 삼성전자, LG전자, 화웨이 등 휴대폰 제조사를 상대로 불리한 계약을 강제했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퀄컴이 자사 모뎀칩셋을 구매하려는 휴대폰 제조사에 특허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할 것을 요구하고, 계약을 체결하지 않을 경우 모뎀칩셋을 공급하지 않거나 중단‧제한했다며 제재를 가했다.

재판부는 "퀄컴은 특허 라이선스 계약 위반이라고 판단할 경우 일방적으로 모뎀칩셋 공급 중단 가능성을 언급했다"며 "퀄컴 모뎀칩셋에 의존하고 있는 휴대폰 제조사에게 공급 중단은 휴대폰 전체 사업 중단이 되기 때문에 위협이 된다"고 했다.

퀄컴이 모뎀칩셋 경쟁사인 미디어텍, 인텔 등에 자사 이동통신 표준필수특허에 대해 완전한 라이선스를 제공하지 않은 것도 문제라고 봤다. 재판부는 퀄컴의 특허공격 위험으로 경쟁 모뎀칩셋 제조사 비용이 상승했기 때문에 부당성이 인정됐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다만 공정위가 퀄컴에 내린 시정명령 중 일부는 취소 대상으로 봤다. 퀄컴이 자사 모뎀칩셋을 공급받은 휴대폰 제조사로부터 순판매가격의 일정 비율로 계산해 라이선스 수수료를 받은 것은 불이익 거래를 강제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퀄컴은 라이선스에 이동통신 표준필수특허가 아닌 특허까지 포괄적으로 포함했다.

앞서 공정위는 2016년 퀄컴이 이동통신 기술에 대한 표준필수특허를 취득한 뒤 로열티를 지불하면 누구든 이용 가능하다는 규약을 어기는 등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며 과징금 1조300억원을 부과했다. ‘특허 라이선스 권리 제한 금지’, ‘모뎀칩셋 구매조건으로 라이선스 계약 체결 금지’ 등 시정명령도 내렸다. 퀄컴은 이에 불복해 2017년 2월 소송을 제기했다.

공정거래 소송은 공정위 처분의 적법여부를 신속히 판단하기 위해 서울고법이 1심, 대법원이 2심을 맡는 2심제로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