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사장단 인사 이어 임원 인사도 '세대교체' 키워드
내년 화학·태양광·방산 계열사 지배구조 개편 맞물려
인사·조직·지배구조 모두 '김동관 체제' 준비 들어갔다
지난 2일 김승연 회장의 장남 김동관씨가 한화큐셀앤첨단소재(한화큐셀)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3세 경영을 본격화한 한화가 이날 임원 인사에서도 세대교체 등을 내세우며 '김동관 체제'를 본격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9월 각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등 사장단 인사와 지난달 한화시스템 상장 등 계열사 재편 행보 등도 김동관 부사장으로의 승계 가속화와 맞물려있는 '큰 그림'의 일환 이라는 해석이다. 한화가 김 부사장의 이번 승진 인사를 일찌감치 준비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한화는 지난 2일 2020년 정기 인사를 발표하면서 부사장 3명, 전무 13명, 상무 28명, 상무보 74명 등 총 118명을 승진시켰다. 이날 인사에서는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한화는 "김 부사장은 내년 1월 한화큐셀과 한화케미칼이 합병해 탄생하는 새 화학·태양광 회사(가칭 한화솔루션)의 전략부문장을 맡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산·기계, 화학·태양광, 금융 등 크게 3개 부문으로 나누어져 있는 한화의 사업 포트폴리오 가운데 화학·태양광 부문을 김 부사장이 총괄해서 챙긴다는 의미다. 승계 속도를 가속한다는 행보다.
◇신규 임원 연령, 2018년 49.2세→올해 48.1세
재계에서는 이번 임원 인사가 전체적으로 김 부사장의 후계 승계를 염두해 둔 포석으로 보고 있다. 한화 관계자는 "올해 임원 인사의 가장 큰 특징은 70년대생 신규 임원의 전진 배치와 여성 임원의 약진"이라고 설명했다. 한 마디로 세대교체 인사라는 얘기다. 한화에 따르면 상무보 승진자의 평균 연령은 48.1세로 2018년 49.2세에 비교해 1.1년 젊어졌다. 한화는 "신임 상무보 74명 가운데 70년대생(40~49세)이 42명으로 전체 승진자 중 절반이 가량"이라며 "가운데 8명은 75년 이후 출생으로 40대 초반"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한화의 상무보 승진 연령은 LG(003550)와 거의 같다. 기업간 거래(B2B)가 주인 사업 비중이 높아 젊은 직원이 '깜짝 성과'를 내기 어렵고, 다른 기업들보다 임원 수가 적은 편인 한화의 특징을 고려하면 의미 있는 행보라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한화큐셀에서는 김 부사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40세(1979년) 팀장 두 명이 상무보로 승진했다. 김강세 상무보는 전략팀장, 영업기획팀장 등을 맡았다. 김 부사장이 태양광 사업 영업·마케팅 최고책임자(CCO) 직책을 수행하는 데 직할 팀에 있었다는 의미다. 이준우 상무보는 말레이시아 공장장으로 태양광 셀·모듈 생산라인 안정화에 기여했다. 한화큐셀은 이번 인사에서 전무 1명, 상무 3명, 상무보 9명 등 총 14명이 승진했다. 김 부사장까지 합치면 전체 임원 승진자 가운데 12.7%에 달한다.
이 밖에도 한화갤러리아와 한화호텔엔리조트는 41세(1978년생) 상무보 두 사람을 승진시켰다. 김은희 한화갤러리아 경영기획팀장은 사업구조 체질 개선 및 경영 효율화, 신규 사업 추진 등의 성과를 인정받았다. 최난주 한화호텔앤드리조트 개발전략TFT장은 프리미엄 리조트 사업 및 호텔 경쟁력 강화 등을 수행했다.
◇다시 부각되는 40대 컨설팅회사 출신 '임원 군단'
2011년을 전후해 외부에서 영입된 40대 중반 임원들도 다시 부각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해외 대학 경영대학원(MBA)을 졸업한 뒤 컨설팅 회사에서 일했다. 임원 승진은 2013~2014년 이뤄졌다.
대표 주자는 민구(44·전무) 한화큐셀 미주법인장이다. 민 전무는 2012년 영입된 이후 지난 몇 년간 한화의 M&A에서 핵심 역할을 담당했다. 2014년 말 삼성그룹의 석유화학·방산 계열사를 사들이는 '빅딜'에서는 삼성과의 협상을 맡았다. 이전에는 한화L&C 건자재 부문, 드림파마 등 계열사 매각을 성사시켰다. 2017년에는 전무로 승진하면서 한화큐셀 미주법인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민 전무는 미국에서 화학·태양광 투자를 총괄하고 있다. 김동관 부사장이 이끄는 한화의 화학·태양광 사업이 미국에서 M&A나 대규모 투자에 나설 경우, 민 전무가 실무를 총괄하는 셈이다. 민 전무는 서울대 법대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MBA(와튼스쿨)를 졸업한 뒤 컨설팅회사 맥킨지에서 일했다. 2010년 그룹 컨설팅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한화와 연을 맺었다.
엄성민(43) 한화생명 디지털혁신실장은 2014년 30대의 나이에 최고재무책임자(CFO·전략기획실장)를 맡았다. 서울대 경영대와 펜실베이니아대 MBA를 졸업하고 컨설팅업체 베인앤컴퍼니에서 일하다 2012년 한화그룹 경영기획실 부장으로 입사했다. 김승연 회장의 차남 김동원 전사혁신실 부실장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
김동관 부사장,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 김동선 전 한화건설 팀장 등이 지분 100%를 갖고 있는 에이치솔루션에서 전략 및 기획 업무를 맡고 있는 정서영(43·상무보) 한화에너지 전략기획부문장도 주목을 받고 있다. 정 상무보는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출신으로 한화손해보험 기획담당 임원, ㈜한화 기계항공방산부문 전략파트장 등을 역임한 전략과 재무 전문가다. 한화그룹에는 지난 2013년 합류했다.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 보폭 확대 예상
한화 안팎에서는 "이번 임원 인사는 9월 사장단 인사에 이은 후속 조치로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한화는 지난 9월 7개 계열사 대표를 교체했는데, 핵심 키워드는 '전문성 강화'와 '세대교체'였다. 7개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가운데 6명이 1960년대생(50대)였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구영(55·부사장) 한화케미칼 대표다. 이 부사장은 지난 2018년 말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한화케미칼 사업총괄을 맡았다가, 1년도 안되어 CEO 자리에 앉았다. 이 부사장과 호흡을 맞추게 되는 류두형(54)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 부사장도 9월에 새로 선임됐다. 이 밖에도 한화는 한화에너지 CEO로 정인섭(50) 부사장을 임명했었다.
지난 2일 인사에서 승진 인사만큼 주목 받은 것은 차남규 한화생명 부회장의 퇴임이었다. 차 부회장은 1979년 한화기계 공채로 입사한 정통 '한화맨'이다. 그는 지난 2002년 한화가 대한생명(한화생명 전신)을 인수하며 처음 금융업에 뛰어들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신임이 두터워 2011년 사장으로 승진한 이후 한화생명 대표를 네 차례 연임했다. 지난 몇 년 간은 금융 사업 승계를 준비 중인 김동원 상무의 '후견인' 역할을 맡아오기도 했다. 이 인사에 대해 재계는 김동관 부사장에 이어 김동원 상무의 보폭이 커질 것을 예고하는 것으로 해석한다. 김동원 상무는 올해 승진자에 포함되지 않았다. "먼저 금융 사업에서 성과를 내야 승진 대상에 포함될 것"이라는 게 한화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거꾸로 이를 해석하면, 김동원 상무가 성과를 내기 위해 금융 신사업 등에서 역할을 늘릴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경영 승계 작업에 맞춰 그룹 지배구조 개편도 이뤄지고 있다. 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에이치솔루션이 지난 10월 한화 지분을 확대하며 한화시스템 2대 주주에 올랐고, 방산 계열사인 한화시스템이 지난달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데 이어 한화종합화학도 내년을 목표로 상장을 추진 중이다. 에이치시스템은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이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로, 지분 100%를 보유한 한화에너지가 한화종합화학을, 다시 한화종합화학이 한화토탈을 지배하는 연결고리로 이어져있다. 에이치솔루션은 한화시스템 지분도 보유하고 있어 김 회장의 세 자녀가 지배구조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