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무인기 개발 1세대 임철호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
"면허 없는 노인도 타는 자율 비행 항공 시대, 20년 내 대중화"
버튼만 누르면 목적지까지 이착륙…3년 내 시제품 시험 예정

한국의 우주 산업 역사와 궤를 같이하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은 올해 30돌을 맞았지만, 여전히 성장통을 겪으며 크고 있다. 2022년 7월에 예정된 달 궤도선 발사 프로젝트 외에도 첫 발을 내딛는 도전이 산적해 있다. 지난 4월부터 항우연은 산업통상자원부, 자동차·항공업계와 함께 자율비행 개인 항공기 개발을 시작해 2022년 시제품 비행 시험을 할 예정이다. 지난 28일 대전 항우연 본관에서 만난 임철호(67) 원장은 "자율주행 자동차보다 개인용 항공기 시대가 더 빨리 도래할 것"이라며 "항공 우주 기술은 우리나라의 미래 성장을 이끌 차세대 산업"이라고 했다.

지난 28일 대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임철호 원장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개인용 항공기가 자율주행 자동차보다 빠르게 도입된다고 보는 이유는 뭔가.

"개인용 항공기(OPPAV)는 활주로가 필요 없는 무공해 전기 동력으로 수직이착륙을 하고 자율 비행을 할 수 있는 항공기다. 예컨대 운전 면허가 없는 노인이라도 항공기에 타 항로를 입력해 놓은 버튼만 누르면 항공기가 자율 비행으로 목적지에 도착해 착륙까지 자동으로 해주는 식이다. 하늘엔 장애물이 별로 없지 않나. 자동차가 도로의 온갖 장애물을 피하면서 자율주행을 하는 것보다 개인용 항공기를 띄우는 것이 더 빠를 것이다. 자동차는 10년이 지나도 자율주행은 고속도로 같이 장애물이 없는 곳에서나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자율비행 항공기는 20년 내에 대중화 될 것이다."

개인용 항공기 개발은 어느 정도 수준에 와있나.

"항우연은 2002년부터 10년간 스마트 무인기를 개발하면서 세계 두 번째로 수직 이착륙과 시속 500㎞의 고속 비행이 가능한 틸트로터형 스마트 무인항공기 기술을 확보했다. 틸트로터는 이륙할 땐 헬리콥터처럼 뜨다가 날아가면서 프로펠러기가 된다. 이 기술을 토대로 지난 4월부터 국내 항공기와 자동차 개발사들과 손잡고 개인 항공기 개발에 착수했다. 상공에서 항공기 간 충돌을 막는 3차원 항공 교통 시스템도 개발 중이다. 항공기 개발은 그리 오래 걸릴 것 같지 않지만, 항공법을 어떻게 재정비하느냐가 관건이다."

항우연이 개발한 스마트 무인기는 산업체로 기술 이전이 된 건가.

"스마트 무인기 개발에 한국항공우주산업부터 LIG 넥스원, 휴니드테크놀러지스 등 국내 업체 20곳이 참여했고, 이후 크기가 60% 정도 축소된 틸트로터형 무인항공기를 개발하는 데 필요한 기술을 2012년 대한항공에 이전했다. 개인 항공기도 기술 개발이 완료되면, 산업체는 우리가 개발한 시스템을 토대로 미래형 항공기를 만들 수 있게 된다."

자율 비행이 가능하게 하려면 정밀한 위성항법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아직 한국은 미국 GPS에 의존하고 있는데, 미국이 제공하는 건 위치 측정 오차 범위가 10m 정도로 굉장히 크다. 내년 초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하면 정부 차원의 국지적인 한국형 위성항법 시스템(KPS) 사업이 첫 삽을 뜬다. 독자적인 위성항법 시스템으로는 위치 측정 오차 범위가 10cm 이내로 줄어들어 정밀한 측정이 가능해진다. KPS는 국방, 해양, 물류 분야나 자율 자동차, 드론 사업에도 적용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에서 중요한 시스템이기 때문에 속도를 내서 개발에 나서고자 한다. 미국의 GPS, 중국의 베이더우, 유럽의 갈릴레오, 러시아의 글로나스 등 세계 우주 선진국은 이미 독자 위성항법 시스템을 구축해 이용하고 있다."

우버가 예상한 개인용 항공기의 모습. 우버는 전기로 가동되는 소형 항공 택시를 2020년에 시험 비행한 후 2023년부터 상용화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미세먼지 문제에 대응해 내년 2월 위성을 발사할 예정이라는데, 미세먼지 발생 지역도 확인할 수 있나.

"천리안위성 2B호(GK-2B)에 실리는 환경탑재체는 대기오염물질과 그 흐름을 관측할 수 있다. 한국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이나 중국발 미세먼지의 영향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계획대로 위성이 발사되면 GK-2B는 세계 최초의 정지궤도 환경 관측 위성이 된다. 다만, 미세먼지 측정을 정확히 하려면 GK-2B가 관측하는 자료 외에 항공기 등을 이용한 관측과 지상 데이터 등도 함께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세먼지를 관측하는 탑재체는 전자 광학카메라이기 때문에 가시광선이 있는 낮에만 관측할 수 있고 구름이 있거나 밤에는 관측이 어려운 한계가 있다."

천리안 위성2B 외에 어떤 위성을 개발하고 있고 한국의 위성 기술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현재 천리안 위성2B호를 포함해 위성 10여 개를 동시에 개발 중이다. 밤이나 악 기상에서 전천후로 SAR 레이다를 이용하여 지구관측이 가능한 아리랑위성 6호, 국내 최초로 30cm급 해상도로 지구를 정밀 관측할 수 있는 아리랑위성 7호도 개발하고 있다. 또 그동안 축적된 위성기술을 산업체로 이전하고 수자원 공사나 산림청 등 공공기관의 수요를 맞출 수 있는 무게 500kg급의 차세대 중형위성도 개발 중이다. 국내 위성기술 수준은 빠른 속도로 성장해서 아리랑위성과 같은 저궤도 지구관측위성의 성능은 세계적 수준이고 천리안위성과 같은 중형급 정지궤도 위성도 독자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수준까지 도달했다."

달 탐사 계획이 두 차례 연기된 이후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 궤도 수정을 요구했다. 발사 연기 발표를 충분한 내부 협의 없이 진행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초 발사 계획에 문제가 있다는 건 2017년 가을부터 인지하고 있었다. 다만 일정을 연기하자니 부담이 커 최대한 계획대로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았지만, 달리 답이 안 나와 2020년 12월로 한차례 연기했다. 이 계획을 지난 9월 또다시 2022년 7월로 미루면서 항우연이 달 궤도선 무게 등 설계에 대해 내부에서 나온 이견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다는 점은 통감한다. 나사의 결정 과정을 기다리기엔 시간이 촉박해 지난 9월에 발표를 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주 미국 텍사스에 가서 나사 측의 설명을 듣고 새로운 궤도로 진행할 수 있겠다는 판단이 섰고, 기술적인 검토 과정만 남았다."

☞임철호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은
1952년 전북 진안 출생. 서울대 항공공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국립 항공우주 대학에서 항공우주공학 석사, 프랑스 뽈사바띠에 대학에서 기계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부원장과 스마트무인기개발사업단장을 역임하며 틸트로터형 스마트 무인항공기 기술 개발을 이끌었다. 지난해 1월부터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을 맡고 있다.